美 “中國을 관리하라”…첫 고위급 회담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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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미중 간 첫 고위급회담은 갈수록 험악해지는 양국 간 갈등 조정은 물론 두 강대국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출발선이라 할 수 있다. 냉전 시기 미소 간 전략회담을 연상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회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거꾸로 가는 외교=지난달 26일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중국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짐바브웨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폭정의 거점’ 1순위로 꼽은 나라. 미국은 즉각 “짐바브웨의 백금 광산을 노린 더러운 거래”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중 갑자기 일정을 바꿔 24일 미얀마로 방문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미얀마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ARF 불참을 발표한 직후였다.

미국의 견제 외교도 만만치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18일 미국을 방문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민수용 핵 기술 지원을 약속한 것은 인도를 중국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미국의 장기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황화론의 재등장=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확장은 ‘황화론(黃禍論)’, 즉 중국 위협론의 단골 메뉴였지만 9·11테러 이후 미국이 대테러 전쟁에 전념하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대만 사태에 개입하면 핵무기로 맞서야 한다”는 주청후(朱成虎) 인민해방군 소장의 발언은 여기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중국 경제의 급부상도 ‘황화론’의 예외가 아니다. 중국해양석유유한공사(CNOOC)의 미국 석유업체 유노콜 인수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은 물론이고, 미국의 위안화 추가 절상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관리론이 해법?=그동안 양국 간엔 개별 이슈를 놓고 타협점을 찾기 위한 각종 회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특정 의제를 초월해 큰 틀에서 멀리 내다보며 전략적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최초의 전략회담이다.

특히 워싱턴 조야(朝野)에서 ‘중국 관리론(Managing China)’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독일과 일본의 급부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는 게 ‘중국 관리론’에 담겨 있는 인식이다.

미 행정부 내의 분위기는 아직 엇갈린 상태. 미국의 국채를 대량 매입해 재정적자를 메워주는 중국을 자극할 시점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고, 황화를 미리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美, 여전히 中을 위협자로 인식”▼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전략논평 7월호는 미국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2005년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에 대해 “펜타곤은 다시 과거의 ‘위협론적 접근방식(threat-based approach)’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2001년 ‘4개년 국방전략검토(QDR)’ 보고서에서 “앞으로 위협에 근거한 접근방식에서 탈피해 능력에 근거한(capability-based) 접근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전략을 세울 때 더 이상 과거 냉전시대처럼 특정 국가를 ‘위협’으로 규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당시로선 엄청난 ‘혁신’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방보고서는 미래 예측을 토대로 중국 군사력은 대만해협뿐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중국은 당장 “근거 없는 ‘중국 위협론’을 확산시켜 중국과 주변 국가를 이간질하려는 행위”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IIS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조만간 발표될 2005년 QDR도 중국 위협론을 토대로 작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악의 위협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이번 국방보고서는 양국관계의 긍정적 측면을 도외시했고, 결과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전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고 IISS는 지적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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