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제안, 北 핵보유선언 닷새뒤 盧대통령 재가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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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200만 kW의 전력을 제공하는 ‘중대 제안’에 대해 정부는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해왔다. 2월 1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재가한 이후 12일 공개될 때까지 5개월 동안 이에 관한 내용을 아는 당국자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외교안보라인의 고위급 인사 등 10여 명에 불과했다는 후문이다.

대북 송전 계획은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이름을 따 ‘안중근 계획’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렸다. 이름을 붙인 사람은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남북이 모두 존경하는 인물이고, 암호명만으로는 대북 전력 제공을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채택됐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올해 1월 들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데 골몰했고, 이 과정에서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이 대북 송전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기술적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한전 관계자들을 불러 자문했다.

NSC 관계자는 “보안 유지를 위해 한전 쪽에는 경수로 문제를 협의한다고 했기 때문에 한전은 몰랐다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NSC는 극비리에 완성한 ‘안중근 계획’을 2월 15일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얻었다. 공교롭게도 북한 외무성이 2월 10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지 불과 닷새 뒤였다. 북한의 돌발적 행동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는 바람에 정부는 이 계획을 캐비닛 속에 넣어두어야 했다.

그 후 5월 16일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북측에 “중요 제안을 갖고 있다”고 처음 이를 거론했다. 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

이어 지난달 6·15 공동선언 5주년에 즈음해 정 통일부 장관의 평양 방문이 결정됐고, 정부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이를 북측에 직접 설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달 17일 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난 정 장관은 중대 제안의 보따리를 풀었다. 김 위원장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다음 날인 18일 이종석 NSC 사무차장은 서울에 있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 중대 제안에 관해 설명했고, 중국에는 외교 경로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일본과 러시아에는 최근에야 내용을 설명했다고 한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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