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 김정일 면담]北 ‘核협상 테이블’로 나오나

  • 입력 2005년 6월 1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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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과 기념촬영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17일 6·15공동선언에 관여했던 김보현(왼쪽) 전 국가정보원 3차장, 임동원(왼쪽에서 두 번째), 박재규(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통일부 장관, 최학래(오른쪽) 한겨레신문 고문 등과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통일부
김정일과 기념촬영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17일 6·15공동선언에 관여했던 김보현(왼쪽) 전 국가정보원 3차장, 임동원(왼쪽에서 두 번째), 박재규(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통일부 장관, 최학래(오른쪽) 한겨레신문 고문 등과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통일부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17일 면담은 △북한 핵문제와 6자 회담 △남북장성급 회담을 통한 군사신뢰 구축 △장관급회담 재개를 통한 남북관계 완전 정상화라는 세 가지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어 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김 위원장이 지난 1년 동안 열리지 않고 있는 6자회담의 복귀시점에 관해 최초로 언급한 대목이다.

▽6자회담 재개 및 한반도 비핵화 원칙 천명=비록 미국과 좀 더 협의해 봐야 하고, 미국이 북한(체제)을 존중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김 위원장이 7월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한 것은 중대한 진전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정 장관과의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의사를 밝힌 것은 그동안 핵문제에 관한 한 철저히 남측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협상을 고집해 온 북한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국제대학원 신성호(辛星昊) 교수는 “6자 회담이 재개될 경우 남한의 지렛대를 높여 주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간의 막후 조율이라는 실무적 절차가 남아 있지만 북한 최고 당국자가 원칙적인 복귀 의지를 밝힌 것은 6자 회담 재개가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라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다소 평가가 엇갈린다.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주요 골자는 △핵무기 생산 보유 배치 금지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비보유 △핵 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 등이다.

당국 대표단 일원으로 방북했던 한 인사는 “핵문제가 해결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해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핵문제와 관련해 북측이 느끼는 절박성의 정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1월 2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핵무기고(庫)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핵무기를 보유는 불가피하다는 북한의 기본 주장엔 변화가 없다.

김태우(金泰宇)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이미 핵 보유를 선언한 상태에서 비핵화 선언이 유효하다는 것은 상대방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남북 군 당국간 장성급대화 재개=남북이 장성급회담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지난해 7월 장성급회담 3차 실무대표회담이 무산된 직후 11개월간 표류해 온 남북 군 당국간 대화 채널이 곧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핵 문제로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푸는 첫 단추는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남북은 2차 장성급회담의 합의에 따라 실무 대표회담을 열어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선전물 철거 경과를 서로 보고하고 확인하는 수단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다.

3차 장성급회담이 열리면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 합의의 재확인과 초기 단계에서 중단된 선전수단 철거작업의 마무리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적 문제=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전격 면담은 정부의 지난해 7월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망 10주기 방북 조문 불허와 동남아 국가를 통한 탈북자 468명의 입국 등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의미한다.

특히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이후 재개되지 않고 있는 11차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 장관은 면담에서 정보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畵像) 상봉을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매우 흥분되고 재미있는 제안”이라며 8·15 60주년을 맞아 이를 추진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이번 만남은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 직후 실시된 대북송금 특검과 관련해 북한이 남한에 대해 “‘햇볕정책’의 실천 의지가 없다”며 갖게 됐던 불신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일지
회담일시장소주요 협의/합의내용
1차 남북장성급회담2004년 5월 26일금강산초대소-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조치 협의
-선전활동 중지/선전수단 제거에 관해 남북 양측 입장 제기
2차 남북장성급회담2004년 6월 3, 4일설악산‘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 채택 발효
남북장성급회담
1차 실무대표 회담
2004년 6월 10∼12일개성서해 우발적 충돌방지 등에 대한 합의서의 부속합의서 채택 및 발효
남북장성급회담
2차 실무대표 회담
2004년 6월 2일,30일파주양측 1단계 선전수단 제거대상 목록교환. 일부 이견 사항은 추후 협의키로 합의
남북 장성급 회담
실무대표회담수석대표접촉
2004년 7월 5일개성-1단계 선전수단 제거대상 관련 이견사항 협의, 2단계 선전수단 제거 착수협의
-서해문제 양측 합의대로 충실히 이행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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