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신경전 계속… 대화 제자리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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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의 틀을 무시하지 않겠으며, (필요하면) 회담에 복귀하겠다. 그러나 현재로선 회담복귀 시점을 결정할 수는 없다.’

6일 3주 만에 재가동된 북한과 미국의 뉴욕 접촉에서 북한이 보인 태도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미 언론은 행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반응은 싸늘했다. 백악관은 이튿날인 7일 “북한은 회담 복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담 존중’이라는 북한의 말은 구두선(口頭禪)으로 치부하고, 복귀날짜를 잡자는 미국의 요청을 뿌리친 것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과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뉴욕채널의 접촉 결과 역시 북한이 회담복귀라는 ‘결심’을 예상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북한은 “왜 말로는 우리 체제를 존중한다면서 경제제재를 운운하느냐”며 미국에 모순점 해명을 요구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미국에 지난해 제시한 ‘6월 제안’의 진행순서를 바꾸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요지부동이었다.

6월 제안은 북한의 핵 포기→한국 일본의 에너지 지원→폐기 검증→미국의 안전보장 및 수교협상의 구도로 짜여 있다. 북한은 “왜 우리만 먼저 무장해제하느냐. 미국이 처음부터 수교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해 왔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진행순서 변경’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6일 보도했지만, 워싱턴 기류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논평했다. 미국은 “한국의 고집 때문에 ‘불량국가의 잘못된 행동에는 보상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소 굽혀가며 대북 제안을 내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온건파 역할을 해 온 미 국무부마저 “김정일은 무책임한 지도자”라는 딕 체니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실을 말한 것”이라고 할 만큼 미 행정부 내의 기류는 싸늘하다.

백악관의 첫 공식반응이 ‘아직 멀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북한이 먼저 뉴욕채널 가동을 요청한 것은 ‘터지기 직전 상황으로 치닫는 압력밥솥의 김 빼기를 통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선 뭔가 큰 흐름이 바뀔 것으로 점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같은 해석에 동의를 표시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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