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별장엔 누가 가나…‘별장외교’싸고 나라마다 명암갈려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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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2002년 6월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한미 정상이) 어디서 어떤 격으로 만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달 30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 토론회에 참석해 “11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장소가 캠프 데이비드나 크로퍼드 목장이 아닌데 이것은 홀대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에 서울 외교가에서는 “‘별장 정상회담’이 성사됐더라도 반 장관이 같은 대답을 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별장 외교의 명암=‘크로퍼드냐, 캠프 데이비드냐, 어느 곳도 아니냐.’

2003년 5월 23일 크로퍼드목장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왼쪽)와 함께.

18일경 미국을 방문하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방미 일정과 관련해 인도 언론들도 최근 정상회담 장소에 이처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별장 외교는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에 대한 최고 예우이자 양국 간의 특별한 우호 관계를 상징하기 때문.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에 있는 대통령 공식 별장이고, 크로퍼드 목장은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에 있는 개인 별장.

별장 외교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제약이 거의 없다는 것. 백악관 정상회담은 식사를 겸해도 길어야 2, 3시간이지만 별장에서는 하루 종일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하다.

2003년 5월 23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0시간 동안 부시 대통령과 함께 지냈다. 당시 일본 언론은 “같은 달 중순 한국 노무현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이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 환대”라고 보도했다.

이런 별장 외교에 대해 ‘미국식 힘의 외교’의 다른 포장이란 지적도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부시 집권 1기에 9번 방미했으나 한 번도 별장으로 초대받지 못하다가 올 4월 처음 크로퍼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에 MSNBC 인터넷판은 “샤론 총리는 크로퍼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충분한 시간을 가졌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압박에 가까운 설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별장 외교의 단골손님은?=캠프 데이비드의 첫 손님은 1943년 5월 방미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미영 간의 이런 특수 관계는 부시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부시 집권 1기의 미국 내 정상회담(총 312회) 중 별장 외교는 21회(6.7%)에 불과하지만 그중 5회가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와의 회담이었다. 스페인(3회) 러시아 이집트 이탈리아 일본(각 2회)이 뒤를 잇는다. 4년간 별장에 초대된 국가는 11개국뿐이다.

부시 집권 1기(2001~2004년) 별장 정상외교
연도연간 정상회담 횟수(미국 내)캠프 데이비드 회담(상대 국가)크로퍼드 회담(상대 국가)
2001년 73회2회(영국 일본)1회(러시아)
2002년 76회4회(스페인 이집트 영국 이탈리아)2회(영국 중국)
2003년 82회5회(영국 2회, 파키스탄 요르단 러시아) 4회(스페인 호주 일본 이탈리아)
2004년 81회3회(멕시코 이집트 스페인)
합계312회11회(전체의 3.5%)10회(전체의 3.2%)
상대 국가별횟수(총 21회)영국(5회) 스페인(3회) 러시아 이집트 이탈리아 일본(각 2회) 멕시코 요르단 중국 파키스탄 호주(각 1회)
미국 국무부 공식자료.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자료조사=김아연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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