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표단 6·15 평양축전 참가

  • 입력 2005년 5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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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13일 북한 평양의 순안공항.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뜨겁게 두 손을 맞잡았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시작이었다.

이틀 후 두 정상은 6·15남북공동선언을 전격 발표했다. 이를 기념해 매년 열리는 행사가 ‘민족통일대축전’. 그동안 금강산과 인천 등 남북한을 오가며 열린 이 행사가 다음 달 14∼17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정부는 19일 끝난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이 행사에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키로 합의함에 따라 대표단 구성작업에 착수했다.

▽정부 대표단 구성=고경빈(高景彬)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장은 20일 “정부 부처에서는 6·15 관련 민간교류에 익숙한 부서 관계자 위주로 대표단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단장을 맡고 통일부와 대통령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청와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정부 대표단이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분야의 대표단 615명은 325인승 여객기 두 대로 나뉘어 방북할 예정. 만약 정부 대표단이 같은 여객기를 이용한다면 최대 35명이 갈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별도의 여객기를 쓴다면 정부 대표단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민간 대표단은?=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통일연대 등이 주축이 된 행사 공동준비위원회(공준위)에 따르면 북한은 “6·15공동선언에 기여한 인물들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준위 관계자는 “북한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대통령의 방북 수행원 모임인 ‘주암회’를 염두에 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주암회 멤버인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문정인(文正仁)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 등이 대부분 정부에 있기 때문에 민간 대표단 행사 참석을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에서는 양영석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 유미영 조선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 등이 통일대축전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성대해진 축제=북한은 6·15남북공동성명 발표 5주년을 맞아 이번 통일대축전을 성대하게 벌일 방침이다. 지난해 북측 인사 100여 명이 인천을 방문했지만, 올해 남측 참석 인원은 600명을 넘는다.

통일대축전은 개막식에 앞서 참석자들이 천리마동산에서 김일성경기장까지 1km 행진을 벌이면서 시작된다. 하이라이트는 6월 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회. 남과 북, 해외 대표들은 공동으로 작성한 ‘평화와 통일의 기본 정신’을 담은 문서를 발표한다.

이어 축구와 배구 경기 등 각종 체육대회와 동학혁명을 노래한 가극 ‘금강’ 공연이 뒤따른다. 폐막식은 6월 17일 평양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관급 대표단?=통일부 관계자는 “6·15공동선언 5주년이 된 만큼 남북교류 행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섰다”고 장관급 대표단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최완규(崔完圭)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철저하게 민간사업으로 추진된 6·15기념행사에 정부 대표단이 간다는 것은 격이 맞지 않다”며 “통일 행사에서 정부 대표가 어떤 국가 주요 문제를 의논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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