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 참패] 정치권 파장

  • 입력 2005년 5월 1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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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색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재·보선 완승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경제 기자
희색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재·보선 완승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의 완패(완패)로 끝난 4·30 재·보선의 결과는 향후 정치권 변화의 동인(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여소야대(여소야대) 정국 재현은 여권이 추진해 온 개혁의 추동력을 소진시켜 버렸다. 대선주자군의 당 조기 복귀와 민주당 통합 주장도 새롭게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범(범)야권연대 구축을 통해 17대 국회 출범 이후 빼앗겼던 정국 주도권 회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 전열정비 어떻게▼

‘강한 여당.’

‘4·2’ 전당대회 당시 문희상(文喜相) 당의장이 내세웠던 선거구호였다. 하지만 재·보선 참패로 열린우리당은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 1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문 의장의 사퇴가 능사는 아니다”는 쪽으로 입장은 정리됐지만 당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침통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지난달 30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국회의원 재선거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 냉수를 들이켜고 있다.박영대 기자

이 때문에 두 가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 하나는 내각에 나가 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등 대권주자들의 ‘조기 당 복귀론’. 한나라당이 박근혜라는 대중성을 갖춘 카드를 활용해 선거에서 승리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대중을 끌어 모을 중심축의 부재로 인해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분석이 그 논거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두 사람을 묶어두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생각이 바뀔 것으로 보긴 어려울 듯하다.

또 하나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이다. 성남 중원 선거는 호남표가 분열됐을 경우 수도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교훈을 열린우리당에 확인시켜 주었다. 이 때문에 당내 통합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여지가 더욱 커졌다.

반면 민주당은 목포시장 선거에서의 승리로 ‘독자생존’의 확신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전남지사, 진도군수, 목포 광역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17대 총선 이후 ‘호남 불패’의 전통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남 고흥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김재두(金在杜) 부대변인은 “이번 선거에서 승자를 배출한 정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뿐”이라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한나라 압승 藥인가 毒인가▼

‘약이냐, 독이냐?’

한나라당은 이번 4·30 재·보선에서의 완승으로 환호성을 올렸다.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던 기세등등한 여당에 이만큼 완벽하게 이기기도 어렵다. 하지만 환호의 저변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배어 있다.

1998년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7번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항상 승자였다. 지방선거에서도, 2000년 총선에서도 이겼다. 집권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2년 대선에서 다시 집권에 실패했다. 당직자들의 불안감은 재·보선 승리가 집권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경험칙(經驗則)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우리가 또 일회성 모르핀 주사를 맞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장은 기분이 좋지만 이것이 궁극적 승리(대선)를 위한 당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당직자는 “재·보선 승리가 당 기존 체제를 강화하고, 이것이 앙시앙레짐(구체제)의 고착화로 이어져 개혁 에너지를 떨어뜨리는 역작용을 빚어 왔던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 승리도 일단 박근혜 대표 체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박 대표는 17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당을 살리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번 승리에서 얻은 자신감을 당 체질 개선으로 연결시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하는’ 아픔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게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충청 신당’ 급물살 탈까

‘영남에는 박풍(朴風·박근혜 바람), 충청도엔 심풍(沈風·심대평 바람).’

충남 공주-연기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가 지원한 무소속 정진석 후보가 열린우리당 이병령 후보를 큰 표 차로 누르자 지역 정가에서 나오는 말이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여당 측의 거친 항의에도 불구하고 공주-연기를 찾았던 심 지사는 이곳을 교두보로 신당 창당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부터 충청인의 자존심을 찾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나씩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했던 자민련과의 통합 논의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선거 직전 신당 합류를 위해 류근찬(柳根粲)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3석으로 줄어든 자민련은 공주-연기와 아산 등 충청권 2곳에서 완패해 ‘충청도 당’ 이미지가 무색해졌다. 이에 따라 심 지사와의 통합을 주장해

온 이인제(李仁濟) 김낙성(金洛聖) 의원은 조만간 김학원(金學元) 대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중심복합도시 한복판’에서의 승리가 ‘중부권 신당’을 위한 동력으로 곧장 연결될 것으로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우선 신당 참여 예상 인사 대부분이 ‘충청권’인 만큼 선거 기간 중 지역에서조차 ‘중부권 신당’은 결국 ‘자민련 신장개업’ 아니냐는 여론이 높았다. 또 “행정도시 효과가 주춤한 상황에서 16대 의원을 지낸 정 후보의 인물론이 먹힌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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