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대만 긴장 속에 韓美 불화 커지면

  • 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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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反)국가분열법 제정 등으로 동북아 정세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한미(韓美)가 북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걱정이다. 동북아 질서가 복잡해질수록 한미 양국은 상호 신뢰의 기반 위에서 어려움을 함께 풀어 가야 한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지킬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단선적(單線的) 사고나 감정적 대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적(敵)이 누군지 분명히 하라”는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말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동의할 수 없다”고 직접 대응한 것은 일말의 우려를 낳는다. 정 장관의 말대로 남북이 일면 대결하고, 일면 화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분법을 들이대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이 미 의회와 정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미국 측이 불신하는 원인을 성찰해 보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먼저다.

주변 정세의 흐름은 실로 격랑이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대만 문제를 ‘공동의 전략목표’로 선언하자 중국은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 비평화적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유사시 대만에 자동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미국의 대만관계법(1979년)과 상충하는 것이어서 미중(美中) 간에 새로운 충돌의 불씨가 될 우려가 있다. 결국 대만을 사이에 두고 미일(美日)과 중국이 한층 첨예하게 대치하는 형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미국, 또는 미일동맹에 의한 대(對)중국 봉쇄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동북아의 현상 유지를 흔드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주변국으로서의 한국이 이들 강대국의 조그만 움직임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일과 중국 간의 대치가 격해질 경우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결국 다른 대북(對北) 압박 수단을 강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수단에는 미국의 일부 강경파가 주장하는 군사적 수단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현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군이 ‘동북아 기동군화’ 방침에 따라 유사시 대만해협에 급파돼야 한다면 우리는 이를 용인할 것인가. 이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한일관계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독도 문제로 대립이 격화될 경우 우리는 기존의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서 빠져나올 자신이 있는지부터 자문해 봐야 한다. 북한 문제에 대한 방침 차이로 한미동맹이 흔들릴 경우 독도는 물론이고 한일, 한중 역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과연 누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역시 한미동맹에 있다. 상황이 복잡하고 불확실할수록 한미동맹부터 추슬러야 한다. 지금으로는 이것이 현책(賢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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