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제균]‘더 변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 언론관

  • 입력 2005년 2월 25일 18시 23분


코멘트
“친애하는 편집국장께….”

지난해 2월 25일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는 1면에 편집국장 앞으로 온 편지 한 통을 소개했다. 발신자는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였다.

이 편지는 전날 르몽드의 1면 머리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르몽드는 24일 ‘라파랭과 문화계, 결별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라파랭 내각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문화예산부터 손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파랭 총리는 편지에서 “문화에 대한 투자와 재정 안정은 양립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시종 차분하고 정중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상황은 이와는 사뭇 달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소주파티로 언론에 로비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것을 비롯해 언론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계속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럽 순방 중이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동아, 조선은 더 이상 까불지 말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25일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요즘 우리 언론이 많이 달라졌다”고 긍정 평가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반가운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본보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에 과거나 지금이나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은 대통령의 평가뿐이다. 본보가 실시한 노 대통령 취임 2주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절반 이상(52.3%)은 지난 2년간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했으며, 그 과반수(52.2%)는 실정 원인이 ‘대통령의 지도력 부족에 있다고 답했다.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태도’를 원인이라고 꼽은 사람은 5.9%에 불과했다.

노 대통령은 또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청와대가 수도 이전과 관련한 본보 보도에 대해 ‘저주의 굿판’ 운운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을 때도 본보는 조목조목 잘못된 내용을 반박했을 뿐, 흥분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선진언론이 되기 위해 우리 언론은 더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선진적인 언론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권력을 가진 쪽부터 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박제균 정치부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