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 시각차…鄭통일 “美, 北 협상상대로 인정을”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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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을 전후해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간에 미묘한 엇박자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22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 미국은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데 조건을 다는 것을 철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절반의 긍정’인 셈이다.

그러나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북한은) 자꾸 미국의 성의 있는 태도라든지 미국의 적대정책을 이유로 얘기하지만 미국 정부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남 탓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

이에 앞서 반 장관은 미국 방문 직후인 16일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규모 대북 경제 지원을 할 생각이 없다’고 미 측에 설명했다”며 북핵 문제가 개성공단 사업과 연계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개성공단 사업만큼은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통일부는 반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정 장관도 22일 “어떤 상황이 벌어졌다고 일희일비하고 쉽게 동요하면 그렇게 좋은 정책이라고 볼 순 없다”며 “나쁜 정책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북경협 지속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불협화음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통일부는 북한을, 외교부는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다 정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외교 현안에 대한 발언 횟수가 많아지면서 가중되는 양상”이라고 말한다.

정 장관이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 고위 인사의 방북과 한미 외무장관 회담 날짜’를 공개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김하중(金夏中) 주중 대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고위 인사가 북한과 협상하기 위해 방북하는데 중국 일본 사람이 그걸 발표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는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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