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3월호] " 美, 남북관계 호전될 때마다 북핵의혹 제기"

  • 입력 2005년 2월 18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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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남북관계가 호전될 때마다 절묘하게 북핵 의혹을 제기했다. 부시 행정부는 협상 아닌 항복 얻으려 6자회담 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최근 한 강연에서 “미 네오콘은 한반도 갈등상황이 오래갈수록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하고, 북핵문제가 미국의 의도된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6자회담의 결렬 책임이 북한보다 미국 측에 더 크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또 “지난 6자회담 당시 미국은 플루토늄이나 미사일엔 관심 없고 고농축 우라늄문제만 고집했다”면서 “미국은 협상이나 타협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압박해 항복을 받아낸다는 것이 기본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신동아’ 3월호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 전 장관의 1월24일자 북한대학원대학교 특강 내용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당시 강의주제는 ‘북핵협상 전망과 대북정책’.

정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으로 시작,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 때까지 통일부장관을 역임하면서 3대 정권에서 남북협상과 북핵문제를 다룬 국내 최고위급 인사다.

때문에 그의 주장은 상당한 정보와 근거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부시가 미 대선기간 중 케리 후보와의 토론에서 ‘6자회담에서 북한은 5대1로 고립돼 있다’ ‘중국을 지렛대로 이용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겠는가”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2월10일 북한이 돌연 핵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기 이전에 이미 6자회담의 재개가 어렵다는 것을 내다본 셈.

그는 이어 “현재 양상은 독수리와 참새 싸움이다. 북한은 자기가 먼저 양보할 경우 항복한 것으로 생각한 상대방이 자기를 밟아 죽이려 들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이 이 문제를 풀 생각이 있다면 먼저 양보해야 한다. 큰 나라가 양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94년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체결한 것은 북한이 곧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데, 누가 이야기 해줬는지 모르겠지만 북한도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고 밝히고, 북한 붕괴론에 대해 “북한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극단적으로 망하고 싶어도 못 망한다. 때문에 체질을 바꿔 끌고 가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강의 후반부에 “북한은 최근 중국과 베트남을 벤치마킹해 개방개혁을 시작한 결과, 중국이나 베트남이 5년, 10년 걸려서 간신히 채택한 것을 곧바로 채택하고 효과도 빨리 봤다. 하지만 효과는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한다”며 “북한이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이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서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에서도 봤듯이 이 치유기간을 지나면 북한의 개방개혁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상현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기사전문은 신동아 3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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