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선언 파장]美의 대응전략

  • 입력 2005년 2월 1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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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중단 선언에 대해 내놓은 반응은 ‘평가절하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전제해 온 만큼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라고 일축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북한은 과거에도 이런 말을 해 왔으나 입증되지 않아 실제 보유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 당국자의 발언은 북한의 선전전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미국은 2002년 10월 2차 북한 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북한이 잇따라 던진 도발적 발언에 대해 “확인된 것이 없다”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으로 본다”는 반응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

그럼에도 최근 몇 주 동안 이란 핵문제에 집중해 온 미국으로선 북한의 돌출행동을 예상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미 국무부는 부시 대통령이 2일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자극적 표현을 자제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는 판단 아래 4차 6자회담이 곧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미국 언론은 이날 거의 대부분 “미 행정부가 북한에 양보할지 모른다는 징후를 읽을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부시 대통령이 정책을 바꿔서 ‘그래, 북한과 직접 대면하겠다’고 말할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6자회담에 매달리지 않고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우리가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썼다.

뉴욕타임스도 대북협상파의 입을 빌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한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다’고 주장해 온 딕 체니 부통령으로 대표되는 강경파의 입지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려준 셈”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미 정부가 쉽사리 강경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서 2003년 8월까지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잭 프리처드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정부로서도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며 “이란의 핵개발이 당장의 현안인 만큼 강경선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 및 북한의 대남 타격능력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달리 특별하게 다뤄왔다”며 강경대응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오히려 강경선회 가능성이 주요 언론을 통해 가감 없이 공개되는 것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북한에 결코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짐해 두려는 미 정부의 또 다른 선전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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