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대응 강경책으로 바뀔지 오늘 부시 국정연설서 판가름

  • 입력 2005년 2월 2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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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말 3차 회담 개최 이후 8개월째 표류하는 6자회담에 또 하나의 악재가 보태졌다. 2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북한이 리비아에 정제된 우라늄을 수출했다’고 보도한 것.

미 언론들은 “북한이 ‘레드 라인(금지선·핵물질 수출)’을 넘어섰다는 과학적 근거가 확보됐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3일 오전 발표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연례 국정연설 중 북핵과 6자회담 관련 내용이 이번 사태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보당국 내의 대북 강경그룹은 이 핵물질 추적 실험 결과를 근거로 “더 이상 북한을 상대로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동안 미국이 비공개로 설정해 놓은 ‘레드 라인’을 넘은 행동으로 간주되기 때문.

그러나 이라크 문제와 이란의 핵개발 의혹 같은 중동 문제를 제쳐 놓고 6자회담 틀을 벗어나는 대북 강경책을 구사해선 안 된다는 온건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는 갑작스러운 악재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방한한 마이클 그린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이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북한의 우라늄 수출’도 중요한 협의 내용 중 하나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일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6자회담 조기 개최’라는 한미 정상 합의에 근본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도가 6자회담 참가국들에 우라늄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확인시켜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6자회담 틀 자체를 흔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그린 국장의 만남에서도 ‘6자회담 조기 개최’라는 기존 방침이 재확인됐다. 그린 국장은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이 농축우라늄(HEU) 존재를 시인하고 나선다면 북핵 문제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지연하거나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이번 일 때문에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리비아 핵물질서 北플루토늄 흔적 찾아▼

미국은 2003년 말 리비아의 자발적 핵 포기 선언 이후 리비아의 핵시설을 통째로 공수해 테네시 주 오크리지에서 핵물질 추적 실험을 계속해 왔다. 실험의 주 목적은 핵물질의 국제적 흐름을 규명하는 것.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 과학자의 실험은 리비아의 핵시설 컨테이너에서 나온 우라늄 동위원소의 형태 즉, ‘우라늄의 지문’을 그동안 미국이 축적한 파키스탄 등 다른 핵 보유 국가가 생산한 우라늄의 지문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당국은 우라늄 원광석의 3가지 종류(U-234, 235, 238) 가운데 가장 드문 형태인 U-234를 발견했고, 이것을 ‘90% 이상의 확률’로 북한의 영변에서 생산된 플루토늄과 관련이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물론 북한식 우라늄 샘플이 없는 만큼 100% 확신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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