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5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 제안을 받아들여 올해를 ‘무(無)정쟁의 해’로 만들기 위한 여야 협약의 구체적인 각론을 제시했다. 다만 아직 미해결 과제인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 협상을 앞두고 양쪽 모두 내부 강경파를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무정쟁의 해’ 협약 추진=박 대표는 이날 신임 인사차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정 원내대표 등에게 “노숙자 수는 늘고, 먹고사는 것이 힘든데 정치는 다른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여야) 누가 바람직한지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도 “박 대표가 2월 임시국회를 생산적인 국회로 만든다고 했는데,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앞으로 잘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김 원내대표도 “앞으로는 먹고사는 문제, 나라 지키는 문제, 아이들 가르치는 문제 같은 현실적인 문제만 다루자”고 추임새를 넣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손을 오래 붙잡은 채 “무정쟁을 약속하는 손”이라고 다짐했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박 대표의 ‘무정쟁’ 제안을 즉각 환영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말 쟁점 법안 협상 과정에서 “수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절감한 의원이 많기 때문. 또 민생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무정쟁 협약 추진의 이유다.
한나라당도 정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지지도 급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내대표 파트너십=정, 김 두 원내대표는 전북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엔 특별한 인연은 없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정 원내대표에 대해 “좋은 사람이다”라고 호평해 왔다. 정 원내대표도 25일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김 원내대표에게 “선배님, 잘 모시겠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정 원내대표가 이날 온건 합리주의자로 평가받는 김부겸(金富謙)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한 것도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 의원은 야당 정서를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 초·재선 강경파 의원들로부터도 신뢰를 얻고 있어 완충 역할이 기대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방문에 이어 민주노동당 당사를 찾아 김혜경(金惠敬) 대표와 면담했으며, 26일에는 민주당과 자민련 당사를 찾을 예정이다.
여야의 무정쟁 움직임 | |
1 | 당론 대결을 피하고 국회 개별 상임위와 특별위의 자율적인 법안 처리를 보장한다. |
2 | 주요 정치적 사항을 다루는 ‘정치협상회의’를 설치하고 수시로 가동한다. |
3 | 정치협상회의에서 합의되지 못한 사항은 국민공감대 형성을 위해 TV토론회를 관례화한다. |
4 | 여야의 의원총회, 의원연찬회에 상대 당의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이 상호 방문해 강연하는 기회를 갖는다. |
열린우리당의 무정쟁 협약에 들어갈 잠정 내용 | |
날짜 | 내용 |
18일 |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 선진사회협약 체결 제의. |
19일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선진사회협약을 기꺼이 수락하겠다”며 “올해를 무정쟁의 해로 만들자”고 제안. |
20일 | 임 의장, “무정쟁 제안은 발전된 모습이며 긍정적으로 평가.” |
25일 | 열린우리당 비전 2005 위원회(위원장 임채정 의장), “한나라당 제안을 발전시키기 위한 여야 무정쟁 협약 추진.” |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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