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꿈은 살아 있습니다' 글 전문

  • 입력 2005년 1월 22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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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는 명태라는 생선이 있습니다. 명태는 이름이 여러 가지입니다. 얼려 놓으면 동태가 되고, 말리면 북어가 되며,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것은 생태라고 합니다.

또한 명태를 반 정도만 말려서 꾸덕꾸덕한 것을 코다리라고 하며, 대관령과 같은 곳의 노천 덕장에서 겨울철에 여러 번 얼렸다 녹였다 한 것을 황태라고 합니다.

명태, 동태, 북어, 생태, 코다리, 황태... 모두 같은 명태입니다. 다만 가공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가공 방법이 다르니 맛도 다르고 요리법도 다릅니다.

동태가 북어에게 “너는 왜 명태답지 않냐?”라고 말할 수 없듯이, 북어가 코다리에게 “너는 명태가 아니잖아?”라고 묻는다면 질문 자체가 틀린 것입니다. 어느 것이 더 명태답고 어느 것이 덜 명태답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려고 시도한다면, 그 순간부터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왜곡이 발생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선입관과 독단에 빠져서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당에는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당원동지들과 함께 자유롭게 당원조직을 만들어서 훨씬 활발하게 당원활동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정당정치문화이며 우리당의 자랑이자 한국정치의 희망입니다. 이처럼 건강한 참여와 자율의 기풍이 결국 우리정치를 살릴 것이며, 나아가 우리나라를 살릴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추구하는 목표와 그 목표에 접근 하는 방법도 제각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어와 코다리가 모두 명태이듯, 모두가 우리 동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특정 현안과 관련한 당의 입장이나 전략에 대하여 자주 모여서 함께 고민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17대 국회의원, 특히 초선 의원님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개혁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감동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때로는 이른바 중진이라고 불리는 그룹과 일부 젊은 의원들 사이에 커다란 견해차이가 있거나 심지어는 갈등이 있는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습니다. 언론의 속성상 그렇게 보도할 수 있겠으나,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최근 우리당의 개혁노선이 후퇴한 것처럼 말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든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한데, 지금 우리당은 그 타이밍과 속도를 미세조정하고 있을 뿐, 목표 자체를 포기하거나 후퇴한 것은 아닙니다. 굳이 후퇴라고 한다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 것입니다.

“줄탁동기”라는 한자 성어가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안에서 스스로 쪼는 순간과 밖에서 어미가 탁탁 쪼아주는 시점이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꿈은 여전히 알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 꿈이 영글어서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따스하게 덥혀주고, 바람을 막아줘야 하겠습니다. 새해 국정의 화두인 경제활성화와 동반성장, 이를 위한 상생과 연대의 실천, 항구적인 평화의 정착이 바로 그러한 동작일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 국민들의 창의력과 진취적인 기상이 함께 어우러지고, 자유와 개성이 최대한 보장될 때, 모든 억압과 차별이 철폐될 때, 겨레의 꿈은 알을 박차고 나가 역사가 될 것입니다.

부활할 것입니다.

2005. 1. 21 문 희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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