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高法 “한국 징용 근로자 40명에 4800만엔 지급”

  • 입력 2005년 1월 19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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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중 일본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원자폭탄에 피폭된 한국인 징용 근로자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일본 히로시마(廣島) 고등법원은 19일 이근목(李根睦·78) 씨 등 징용 근로자 40명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미지급임금 지불요구 소송 항소심에서 “일본 정부는 원고 1인당 120만 엔(약 1200만 원)씩 총 4800만 엔(약 4억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법원이 외국에 거주하는 원폭 피폭자에게도 배상할 것을 명령한 것은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원고들은 1944년 강제 징용돼 히로시마 시의 미쓰비시 중공업 공장에서 일하다 1945년 8월 원자폭탄에 피폭됐지만 해외 거주자라는 이유로 원호혜택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출국했다는 이유로 일본 피폭자원호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수당 수급권을 박탈한 일본 정부의 조치는 위법”이라며 “일본 정부는 원고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제징용과 강제노동에 대해선 “불법행위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손해배상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들은 1995년 총 4억4000만 엔(약 44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히로시마 지방법원에 냈지만 1심 재판부는 “태평양전쟁 당시 부당한 국가공권력 행사에 의한 책임을 기업에 물을 수 없으며, 민법상 시효도 지났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1945년 8월 당시 히로시마에선 조선인 2700여 명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상당수가 원폭피해를 보았으며 이번 소송의 원고 40명 중 19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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