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긴 與野 “국보법만은…”

  • 입력 2004년 12월 31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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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난해 12월 31일 ‘4대 법안’과 ‘한국형 뉴딜’ 관련 법안 중 일부 타결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정국은 강경 대치 일변도에서는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4대 법안 중 최대 쟁점인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사립학교법 개정안, 과거사진상규명법은 세밑 막판까지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이견이 첨예했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어떤 방향으로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30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 사항 중 과거사법을 제외하고 나머지 처리에 모두 동의해준 만큼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에서 발언권을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보법은 12월 30일 여야 합의에서 ‘국가안전보장특별법’이란 명칭으로 사실상 대체 입법키로 했으므로 열린우리당 내 강경파의 국보법 폐지론을 압박할 명분을 얻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는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12월 31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국보법의 대체입법 등을 담은 30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아무런 흠결이 없다’고 강조하며 정치적 정통성을 부여한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국보법 개정을 전제로 여당의 나머지 4대 법안을 일괄적으로 받기로 했는데, 아무 조건 없이 신문법안 처리를 수용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보다 전투적인 대여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게다가 당내 대표적 유화론자인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강성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거꾸로 지난해 12월 30일 여야 합의에서 연내 처리키로 한 과거사법을 2월 임시국회로 미루기로 양보한 만큼 임시국회에서는 국보법 폐지 등 기존 당론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분위기다. 4대 법안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대여(對與) 압박 수단으로 사용했던 2005년도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도 처리됐으므로 홀가분한 상태에서 나머지 3대 법안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다걸기(올인)’를 기조로 하는 새해 ‘뉴 데탕트’를 구상 중인 상황에서 과도한 밀어붙이기는 여권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속도 조절론이 부각될 수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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