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족행위법’ 내용]日帝 헌병-경찰은 모두 조사대상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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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개정안 등 55개 법안을 통과시켰다.-연합
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개정안 등 55개 법안을 통과시켰다.-연합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일제강점기 36년간의 친일행위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의 막이 오르게 됐다. 광복 이후 60년 만의 일이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의 위원 추천 절차를 거쳐 내년 초 공식 발족할 전망이다. 위원회는 최장 4년 6개월 동안 친일행위 조사를 벌이게 된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 과정과 친일행위 조사는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 자칫 100년 전의 ‘과거’ 문제로 분열과 갈등에 휩싸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국회가 추천하는 위원 4명의 배분 문제부터 정해진 게 없다. 따라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물론 비교섭단체도 추천 과정에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 법안 추진과정에서부터 ‘정치적 목적’ 여부가 논란이 돼온 만큼,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추천 때처럼 상대 당이 추천한 인물에 대한 비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법안 기초 작업 때부터 깊숙이 개입한 시민단체 인사들이 위원회는 물론 사무처에 상당수 참여할 경우 조사과정에서 이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가 갈등과 대립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조사 대상이 현행법은 물론 ‘김희선 안’보다 대폭 늘어남으로써 전국적 차원의 조사가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이나 헌병을 지낸 사람들은 계급에 관계없이 모두 조사 대상이다. 군인은 소위 이상, 동양척식회사 및 식산은행은 지방간부까지 조사 선상에 오른다. 당시 입법 사법 행정부 관리와 상당수 사회 문화계 인사까지 포함하면 조사 대상이 수만 명이 될 전망이다.

‘동네’나 ‘집안’의 묵은 감정이 투서 형태로 난무할 우려도 있다. 멀리는 100년 전의 특정 사건에 대한 물증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참고인 동행명령과 실지조사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2009년까지 이어질 조사 기간 내내 결론 없는 공방이 계속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특정 정치인의 부친 이름과 함께 정치적 음모론이 흘러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진상조사가 다음 정권 때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2007년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이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의원들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인터넷에서는 여야 지도급 인사들의 부친에 대한 ‘흠집내기’가 시작된 지 오래다.

위원회가 매년 대통령과 정기국회에 중간 결과를 보고하기 전에는 조사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했지만, ‘출처 없는 리스트’나 ‘무차별 인터넷 공세’까지 법이 통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주요 내용
진상규명위원회성격대통령 소속 국가기구
구성위원 11명.(대통령이 4명, 국회가 4명, 대법원장이 3명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
활동기간4년(6개월 연장 가능)
위원 자격-역사고증 사료편찬 등의 연구활동에 10년 이상 재직
-대학교수로 10년 이상 재직
-판사 검사 군법무관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
-3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10년 이상 재직
주요 조사 대상-일본 경찰과 헌병은 모든 직위
-일본군 소위 이상
-고등문관 이상 관리, 귀족원 의원 또는 중의원, 판사 검사 또는 사법관리
-동양척식회사 또는 식산은행의 중앙 및 지방조직 간부 등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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