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대통령의 신문 회견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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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자로 보도된 경향신문과의 송년특집 인터뷰를 포함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10개월 사이에 중앙일간지와 꼭 5차례 인터뷰를 했다.

국내 방송사와의 회견이나 프로그램 출연, 지방 언론사와의 합동회견, 외국 언론사와의 회견까지 합치면 그 횟수는 수십 차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 관한 한 어떤 원칙 아래 이뤄지는 것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하반기 39일간의 해외순방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방문국 유력 언론사와 대부분 인터뷰 기회를 가졌다. 예를 들면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영국 BBC,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인터뷰 상대였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요청 언론사 중에서 그 나라의 국민에게 가장 널리 한국을 알릴 수 있는지 여부, 즉 영향력이 가장 주요한 선정 기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졌던 국내 지방 언론사와의 합동회견도 기준이 있었다. 해당 지역의 민영방송사 1곳과 신문사 3곳이 합동회견을 하는 형식이었는데 신문사 3곳은 창간 연도가 오래된 순서로 3곳을 선정했다.

방송사의 경우 공중파 TV 3사인 KBS, MBC, SBS와 모두 인터뷰를 했다.

반면 국내 중앙일간지의 경우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문화일보는 취임 100일이 계기였고, 국민일보는 창간기념일이 계기였다. 중앙일보는 홍석현(洪錫炫) 회장과의 특별대담 형식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홍 회장은 2월 특별대담을 한 지 10개월 만에 주미대사로 전격 발탁됐다.

과거 정권까지는 중앙일간지의 경우 대개 창간기념일에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회를 갖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지난해 2월 출범 당시 “과거의 관행은 따르지 않겠다”고 공언했을 뿐 무슨 원칙을 갖고 중앙일간지와 인터뷰를 갖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자거나, 본보가 대통령과 인터뷰를 못해 안달이 나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다. 공감할 수 있는 기준 없이 이뤄지는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혹시 청와대의 기준이 ‘입맛’이나 ‘코드’가 아닌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김정훈 정치부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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