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 부활이후 정책결정시스템 촉각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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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노무현(盧武鉉) 정부 들어 폐지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자리를 사실상 부활함에 따라 앞으로 여권 내 경제정책 결정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직제개편이 그동안 혼선을 초래한 경제정책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명칭도 과거와는 달리 경제정책수석이며 직제상 대통령정책실장 밑에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제수석의 부활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경제정책수석 제 목소리 낼까?=수석비서관을 맡게 된 김영주(金榮柱)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직책이 재정경제부 차관보였다. 이 때문에 정책기획수석 자리에 있을 때도 경제정책을 우선적으로 도맡았다.

청와대 정책사령탑인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도 경제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김 수석비서관에게 일임해 왔다. 김 실장은 국회와의 관계 조율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 안에선 오히려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의 입지에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동안 김 실장이 자체 목소리도 내지 않고 물밑 조율에 충실한 반면 이 위원장은 경제 현안에 대해 수시로 ‘훈수’를 둬왔다. 예전 같으면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가 ‘당연히’ 정리해야 할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이 간여하는 바람에 ‘정책 혼선’을 초래한 사례도 적지 않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정책특보로 대통령의 뜻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지나치게 ‘오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경제정책수석이 과거와 같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제수석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경제부총리를 독대하지 않는 상황에선 아무리 시스템을 바꿔도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내 혼선도 만만찮아=열린우리당 내 정책결정 분권구도도 정책 혼선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관료 출신의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은 여당 내 소위 ‘개혁파’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예전처럼 정책위의장이 결정했다고 해서 당내 혼선이 모두 ‘교통정리’가 되는 시스템도 아니다. 이 부총리 역시 기획예산처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시스템에선 아무리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온다고 해도 경제부처를 주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라는 양축을 인정하지 않는 한 경제운용 시스템을 바로잡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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