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철 “뉴라이트는 건국정신 지키려는 新개념”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7시 48분


코멘트
“뉴 라이트(New Right)는 건전한 민주적 자유 시민사회,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을 지켜내려는 21세기의 신(新)개념이며, 극우파적 보수와 구별되는 중도우파다.”

원로 철학자인 신일철(申一澈·73·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22일 펴낸 ‘뉴 라이트와 시장의 철학’이란 저서에서 “자유주의와 시장은 21세기의 비전이자 2대 키워드이며 여기에 더해 근래 ‘뉴 라이트’란 키워드가 대두되고 있다”며 최근 한국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뉴 라이트 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책에서 신 교수는 “한국의 보수주의는 경제적 번영이 주로 정치적 독재의 산물이라 믿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시민사회가 이룩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위력을 깨닫지 못했다”면서 “한국에서 자유주의는 자본가의 경제적 자유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라는 좌파적 개념의 포로가 돼 사상적 빈곤에 빠져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70년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은 시장 시스템이었으나 한국사회는 그것을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을 기피해 왔다”며 “이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은 잘 알려진 반면 밝은 면, 그 무궁무진한 활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자본주의적 사회 시스템은 중앙권력이나 좌파적 대중선동의 포퓰리즘이 아니라 시민사회적 전통에 기초한 민영화, 자유시장 시스템”이라면서 “정부가 무한경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주지 못하고 ‘목조르기’ 식의 평등주의 이념을 앞세울 때 국운개척의 앞길은 막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 한국 내의 이른바 ‘진보주의자’들을 향한 충고와 함께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형무소 국가’인 북한과 자유질서 국가인 한국의 차이가 진보, 보수의 구획기준이 되고 있다면 이는 대단히 우스꽝스러운 이념적 착각”이라며 “한국 내의 ‘진보주의 패권’은 냉전형 이데올로기의 낡은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친북(親北)=진보’라는 치명적인 등식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진보주의는 대한민국 자유질서의 수호에서는 ‘일탈(逸脫)’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온 국민에게 주었는지 자기반성이 앞서야 한다”면서 “진보주의가 운동권적 사고에서 탈피하려면 우선 북한의 군사독재나 인권 문제에 대한 명시적 비판으로 그 ‘민주화’의 성격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신일철 교수는:

1963년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문과대 학장,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1960년대 초에는 ‘사상계’의 편집위원과 편집국장을 맡는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사회를 향해 ‘올곧은 소리’를 많이 했다는 평을 듣는다. 현재 서울디지털대 석좌교수로 있으며 1998년부터 인촌상운영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저서로 ‘신채호의 역사사상 연구’ ‘동학사상의 이해’ 등이 있으며 국민훈장 목련장과 성곡학술문화상을 받았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