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자회담 팽팽한 신경전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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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부영(李富榮)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자회담'을 갖고 국가보안법등 4대 법안 처리문제와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이날 회담에선 4대 법안, 특히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를 놓고 두 당은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팽팽한 신경전=양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회의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본회담 직전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여야가 국민의 눈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한나라당 박 대표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박근혜 대표를 압박했다.

이에 박 대표는 "소수당은 양보할 게 사실상 별로 없다"며 선을 그은 뒤, "회담을 공개해도 되지 않느냐. 4개 법안 중 하나라도 (여당이) 직권 상정할 경우 국론분열을 어떻게 감당할거냐"며 맞대응했다.

비공개로 열린 회담에서 한나라당 측은 6일 국가보안법 법사위 변칙상정 시도 이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토로했고, 열린우리당에선 "한나라당이 국회를 마비시킨 뒤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보안법 "양보할 수 없는 카드"=국가보안법의 경우 여야는 한 발 짝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했다.

연내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내년 2월 임시국회로 처리를 미루는 협상카드도 들고 나왔다. 국가보안법 처리를 내년으로 미룰 경우엔 나머지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등 3개 법안은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에선 이미 박 대표가 제안해 놓은 '국가보안법은 별도 기구에서 논의한 다음에 법사위에 상정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연내 처리를 미루는 동시에 법사위가 아닌 별도의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이 카드를 받을 경우엔 나머지 3개 법안 처리에 대해선 일부 법안을 연내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 과거사진상규명법이나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중 1~2개 정도는 통과시켜준다는 전략이다.

열린우리당은 4자 회담에서도 4대 법안 처리문제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엔 국회법에 따라 연내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이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엔 국회가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파행의 책임은 여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새해 예산안과 기금관리기본법도 논란=국가보안법 처리문제만 가닥이 잡히면 내년도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는 상대적으로 협상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해 예산규모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부 안대로 131조5000억원 선에서 매듭짓자는 입장이다. 새해 예산안이 연내에 통과되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예산집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여야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형 '뉴딜'정책의 재원을 마련하는 기금관리기본법도 여야간에 입장차이가 커지만 어떤 형태로든 여야가 절충점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4자회담 모두발언.

다음은 4자회담 모두발언.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이종걸, 김영춘 원내부대표가 먼저 들어와 이 의장이 "여기 장이 섰네"라고 농담을 던졌고 이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 임태희 대변인이 들어와 열린우리당 당직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 의장=회담에 응해주셔서 고맙다. 국민이 지켜보고 기다려왔는데 여야가 뭔가 성과를 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겠나. 저희는 야당의 의사를 존중하고 경청해 회담에 응할 것이다. 기대한다.

△박 대표=집권여당이 우리당의 15일 의총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한다. 4대 법안은 중차대한 일이고, 국민은 물론 국가의 미래에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또한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니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논의해서 합의처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론분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내년에는 경제에 올인을 한다는데 국민을 위해 시급한 민생법안부터 처리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여당이 우리가 제의한 것에 대해 좋은 답을 해주길 기대한다.

△이 의장=좋은 의견이시다. 충분히 이해한다. 십분 감안하겠다. 우리는 국민의 눈을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박 대표의 의사를 가장 중요시 하고 있다. 야당도 여당도 상대방의 입장을 감안해서 협의하자.

△박 대표=협의를 공개적으로 해도 좋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관심도 높으니 논의과정을 알리는 것도….

△김 원내대표=이번 형식은 처음이지 않은가. 여당이 이런 파격적인 형식의 협의를 제안한만큼 진지하게 협의를 하겠다.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그리고 현재 자살자가 매일 30명이라고 하고 빈민층도 늘고 있다. 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부자가 인심을 써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나는 것이 아니냐.

△천 원내대표=여야가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는 모르실 수 있는데 김 대표에게 공개적으로도 여러번 말씀을 드렸는데 여당으로서 중요시하는 것은 합리성 유연성 야당에 대한 존중이다. 오늘 합의되지 못하면 그만둔다는 각오를 가지고 연말에 국민들에게 선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도 많이 양보하겠다. 한나라당도 좋은 모습 보여달라. 모두가 위닝하고 국민이 승리해야 하지 않은가.

△박 대표=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서로 많은 입장 차이가 있다. 15번이나 협의와 합의를 한 끝에 결국 소위에서 결론이 났다. 합의처리라는 것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때를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 합의가 되면 일사천리로 처리될 수 있다. 합의되지 않은 안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국론분열은 어떻게 하겠는가? 국회를 떠나서.

△천 대표=이대로 있으면 논쟁이 될 수 있으니….

△이 의장=(기자들을 향해) 이제 우리에게 회의할 시간을 주십시오.

(천대표와 이 의장은 시종 웃는 모습이었으나 박 대표는 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대응했으며, 국론분열과 합의처리 등을 강조할 때는 손을 움직이며 강하게 의사를 전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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