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진통]與 “파병안 먼저 처리” vs 野 “현안 일괄타결”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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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6일 이부영 의장(왼쪽에서 두번째) 주재로 상임중앙위원과 기획자문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한나라당의 ‘선 국회등원’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은 다만 한나라당의 조건부 등원의사 표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은 16일 이부영 의장(왼쪽에서 두번째) 주재로 상임중앙위원과 기획자문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한나라당의 ‘선 국회등원’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은 다만 한나라당의 조건부 등원의사 표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김경제 기자
16일 ‘냉동(冷凍) 국회’에 모처럼 온기가 돌았다. 전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등원(登院) 조건으로 제시한 ‘4대 법안의 합의 처리’ 카드에 열린우리당이 ‘전향적 자세’라고 화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 내에 4대 법안의 연내 처리를 밀어붙이자는 강경론도 만만치 않아 정상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여야의 속내도 서로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우선 한나라당을 국회로 끌어들여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이라는 ‘급한 불부터 끄자’는 속셈이면서도 4대 법안의 합의 처리 약속이 앞으로 국회 운영에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4대 법안에 대한 담보 없이 파병 연장안 등에 도장을 찍었다가는 자칫 4대 법안 강행 처리라는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세 차례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담이 열린우리당의 ‘파병 연장안 우선 처리’와 한나라당의 ‘일괄 타결’ 주장이 맞선 끝에 결렬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16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표(오른쪽) 주재로 상임운영위원회를 열고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약속할 경우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전영한 기자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협상이 결렬된 뒤 열린우리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인내심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을 위험이 상존하는 전쟁터로 보내는 동의안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여야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처리할 것을 바라고 있다”며 진지하게 설득하면 한나라당 의원들도 함께 표결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산회를 선포하고 의장석을 내려오는 김 의장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대구를 방문해 국회 정상화 조건을 거듭 내놓았다. 여당이 4대 법안을 양보하면 예산안과 파병 연장안, 민생 법안 등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 한나라당은 이제 “공은 여당으로 넘어갔다”며, 전제조건만 수용되면 당장 등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날 당 공식회의 후 “(박 대표의 제의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국회에 들어와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협의하자”고 말했다. 4대 법안의 합의 처리 요구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타협할 부분은 할 수 있다”며 수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먼저 들어와서 예산안과 파병 연장안, 민생 법안들은 처리해야 한다”고 선(先) 등원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이날 신축적인 태도로 선회한 데는 “반쪽국회는 운영하지 않겠다”며 본회의 사회를 거부한 김 의장의 소신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 10여 명은 “한나라당이 등원을 거부하든 길거리를 배회하든 개의치 않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4대 개혁입법과 민생입법을 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당내 긴급조치 세대 의원 모임인 ‘아침이슬’도 “한나라당은 국보법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며 대화 움직임을 보이는 지도부를 압박했다.

국회 정상화 여부는 결국 한나라당의 제의를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 강경론과 온건론의 줄다리기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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