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日사이 균형축-强小國 지향해야”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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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과 동북아의 미래’를 주제로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가 7일(현지 시간) 둘째날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폐막됐다. 왼쪽부터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 돈 오버도퍼 교수, 캐스린 웨더스비 연구원, 황원탁 전 대사, 백진현 교수,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연구원, 이신화 교수.-워싱턴=김승련특파원
‘한미동맹과 동북아의 미래’를 주제로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가 7일(현지 시간) 둘째날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폐막됐다. 왼쪽부터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 돈 오버도퍼 교수, 캐스린 웨더스비 연구원, 황원탁 전 대사, 백진현 교수,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연구원, 이신화 교수.-워싱턴=김승련특파원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학 로마강당에서 시작된 ‘한미동맹과 동북아의 미래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는 7일 둘째날 회의를 갖고 한국 내의 반미정서와 북한 및 동북아 정세가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한미 양국 전문가 30여 명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가한 이번 회의는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 및 한국 국제교류재단이 후원했다.》

▼기조연설▼

▽김학준(金學俊)동아일보 사장= 북한 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것은 북한의 ‘의심이 가는’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방안이 결코 채택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 방안은 한민족 전체에 대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개발을 전면 포기하고 이제까지 진전시킨 핵시설의 완전 철폐를 전제로 6자회담의 재개에 응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도적으로 씻어 주는 방안과 경제 재건을 뒷받침해 주는 방안으로 핵 개발을 전면 포기시켜야 한다.

▽황원탁(黃源卓)전 독일 대사=북한에 대한 접근 방법은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방법과 점진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북한의 붕괴는 내부로부터의 붕괴와 외부의 공격이나 경제 제재에 의한 붕괴가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중국과 같은 주변국의 협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는 주민들의 생각에 미묘한 변화가 있으며 시장 체제를 향한 개방 노력도 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의 反美▼

‘사회 제도적 차원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한 분과에서 참가자들은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및 386세대 성장과 반미감정의 상관관계를 다뤘다.

캐서린 문 웰즐리대 교수는 “한미간 긴장의 상당부분은 미국이 한국의 민주화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반미운동은 그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졌던 현상의 반복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전제한 뒤 “일부 정치적으로 이용됐던 2002년 촛불시위를 정점으로 한국 내 반미주의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홍규덕(洪圭德) 교수는 한국 내 시민사회와 한미동맹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라크 파병 문제는 한국이 더 이상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란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 문제로 미국과 지지층으로부터 이중 압박을 받았다”면서 “결국 파병은 했지만 미국의 요구보다 적은 규모로, 늦은 시점에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근무한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에는 보다 민주화됐고, 성공 지향적이며, 국제사회를 잘 이해하는 새로운 세대가 386세대의 뒤를 이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인 데이비드 브라운 존스홉킨스대 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미국 강경파의 대북정책이나 참여정부의 중도좌파적 대북정책은 모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창의적 외교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核 해법▼

‘북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분과에서는 북핵 문제의 협상 가능성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캐스린 웨더스비 우드로윌슨국제센터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독일의 북한 관련 기록을 근거로 북한 정권의 대남 전략에는 나름대로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는 옛 소련의 지원이나 묵인이 없었다면 사망한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한국전쟁과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외부의 지원 없이는 전쟁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의 하나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북한 지도부가 핵 능력을 보유하고 핵외교를 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일관되고 전략적인 접근이 부족하다”며 “이는 낙관적인 전망은 많지만 분석이 부족한 햇볕정책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백진현(白珍鉉) 서울대 교수는 북한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전략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단히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미국은 김정일을 인정하고 북한을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북아 영향▼

‘한미동맹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분과회의에서는 한미동맹 재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재무장 및 미국-중국 간의 근본적 불신이 초래할 수 있는 지각변동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인택(玄仁澤) 고려대 교수는 일본도 무장할 수 있다는 ‘보통국가화’ 노력이 동북아 안보지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미사일 기술 축적, 자위대 합법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 외에도 군사정보 수집능력 향상을 통한 미군 의존도 낮추기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 한국의 현실적 선택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지역균형자 또는 미국과 동맹을 강화한 강소국(强小國) 지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전문가인 데이비드 램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에도 미중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두 나라가 상대방을 전략적으로 불신하는 근본적 문제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당 지도급 인사가 공개리에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오만함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중국 내 분위기도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보다는 미국의 강경정책에 따른 한반도 위기상황을 더 우려한다”며 미중 간 북한 핵 인식차를 강조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이모저모▼

6일 시작된 이번 학술회의는 첫날에만 꼬박 12시간의 강행군을 계속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으로 내정된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는 마지막 순간에 불참을 통보해 왔다.

첫날 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북한의 현재와 미래’ 분과. 최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신보수주의(네오콘) 성향의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추가 발언’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가 이 분과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오늘은 자중하고 있다”며 학술적 분석만을 발표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재무장관이 통화 가치가 튼튼하다고 말하는 순간 외환시장은 출렁이고, 동독 지도부가 ‘살아생전에 정권 붕괴는 없다’고 말한 지 2주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 붕괴는 없다고 천명한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 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가 한미동맹이 굳건하기 위해서는 정책능력(Ability), 애정(Affection), 최고결정권자에 대한 접근력(Access)을 갖춘 동맹의 파수꾼이 필요하다며 알파벳 A로 시작하는 ‘3A’를 제안했다. 그러자 발언자들은 꼬리를 물고 김 교수의 3A를 이어갔다.

캐서린 문 웰즐리대 교수는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관심(Attention)을 촉구했고, 존스홉킨스대 데이비드 브라운 부소장은 한미간의 적응노력(Accom-modation)의 필요성을 지적했으며, 마이클 맥드비트 예비역 해군 소장은 불필요한 과거는 잊고 미래를 논의하자는 의미에서 망각(Amnesia)을 강조했다.

기조연설및 축사존 해링턴 SAIS 부원장,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 래리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황원탁 전 주독일 대사, 한승주 주미 대사

주제발표자토론자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마이클 만델바움 SAIS 교수,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래리 워첼 헤리티지재단 부회장, 데렉 미첼 CSIS 연구원, 존 메릴 국무부 정보조사국 팀장
사회 제도적 차원의 한미동맹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캐서린 문 웰즐리대 교수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브라운 SAIS 아시아연구소 부소장, 마이클 맥드비트 예비역 해군 소장
북한의 현재와 미래캐스린 웨더스비 우드로윌슨국제센터 선임연구원, 백진현 서울대 교수, 닉 에버슈타트 미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신화 고려대 교수
한미동맹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켄트 콜더 SAIS 아시아연구소장,현인택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데이비드 램튼 SAIS 중국학연구소장홍용표 한양대 교수, 주용식 SAIS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타나베 쓰네오 CSIS 선임연구원

▽주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후원

동아일보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

한국국제교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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