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刑法 대폭 개편]체제불안 따른 사상통제 강화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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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월 29일 8장 161조였던 형법을 9장 303조로 확대 개편한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정부 당국자는 “4월 형법 개정은 시장경제 유입에 따른 현실을 반영해 재산권 보호 조항 등을 신설하는 동시에 제도 변화에 따른 체제 위협과 주민들의 기강 해이 방지 등을 목적으로 취해진 조치”라며 “일부 인권보호 조항이 담긴 점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체제유지조항 강화=시장경제 유입과 남북교류로 인한 사회기강 해이에 대한 처방으로 체제 수호와 주민사상 통제를 위한 처벌을 강화했다.

법 59조는 구법(舊法)에서 ‘무장폭동’으로 국한했던 ‘국가전복음모죄’의 처벌 대상을 ‘시위 및 습격 가담자’까지 확대했다. 또 ‘조국반역죄’(62조)의 행위 유형도 과거 ‘공화국 전복 목적의 도망’에 이어 ‘다른 나라에 투항, 변절하였거나 비밀을 넘겨준 행위’까지 포함시켰다.

구법 46조에서 반국가 선전 선동의 목적을 ‘국가전복 음모’ ‘테러행위’ 등으로 명시했으나 이를 삭제해 ‘반국가적 목적의 선전 선동(61조)’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해 선전 선동죄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제4장에는 총 14개 조항으로 ‘국방관리 질서를 침해한 범죄’를 두어 군 또는 국방과 관련된 일탈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상세한 처벌규정을 둠으로써 군 기강 해이를 다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6장의 ‘사회주의문화 침해범죄’는 자본주의 병리현상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195조에서는 북한을 반대하는 모든 표현물을 적대 매체로 간주하고 있으며, ‘퇴폐적 문화반입·유포죄’(193조) ‘퇴폐적인 행위죄’(194조)도 신설했다.

▽시장경제 유입의 명암=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해 소유권 침해에 관한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개정형법 301조와 302조에서는 ‘개인재산을 강제로 빼앗을 경우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던 것을 ‘정상이 무거운 경우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296조에서 300조에 걸쳐 절도, 공갈, 사기, 횡령, 파손 등 개인의 재산과 관련된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그러나 시장경제 유입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내 ‘경제관리질서 침해죄’를 과거 18개 조항에서 74개 조항으로 대폭 늘렸다. 불법적으로 상표를 매매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상표죄’(113조), 거간행위로 대량 이득을 얻은 자를 처벌하는 ‘거간죄’(114조)도 신설했다. ‘계획경제’ 틀을 고수하기 위해 ‘계획에 없는 제품생산·건설죄’(132조), ‘주체농법대로 지도하지 않은 죄’(150조) 등도 신설했다.

▽인권보호 조항=국제사회의 인권침해 비난을 의식한 듯 일부 인권보호 조항도 눈에 띄었다. 유추해석을 인정해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구법 10조를 삭제하고, ‘형법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을 지우도록 한다’(6조)고 규정했다. 구법은 ‘범죄행위를 한 경우 형사법에 그와 꼭 같은 행위를 규정한 조항이 없을 때에는 이 법 가운데서 가장 비슷한 행위를 규정한 조항에 따라 형사책임을 지운다’고 규정했다.

한인섭(韓寅燮) 서울대 법대 교수는 “유추규정 삭제를 통한 죄형법정주의의 획기적 진전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단순 탈북자에 대한 처벌 형량을 ‘3년 이하 노동교화형’에서 ‘2년 이하 노동단련형’(233조)으로 줄였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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