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발언 계기로 본 美-유럽식 ‘경제모델’

  • 입력 2004년 12월 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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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6일 유럽방문 중에 유럽식 경제모델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고 미국식(또는 영미식) 모델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내자 양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식 모델과 유럽식 모델의 가장 큰 차이는 노동시장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난다. 미국은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반면 유럽은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말할 정도로 미국에 비해 노동시간도 적고 해고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미국식 모델은 생산성은 높지만 빈부격차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고, 유럽모델은 비효율적이지만 빈부격차는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유럽은 1990년대 이후 실업률 급증과 저(低)성장 등을 경험하면서 미국에 뒤처지고 있다.

특히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기업들의 ‘탈(脫)유럽’ 현상이 계속되자 점차 미국식 모델을 접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올해 들어 지멘스,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기업이 잇달아 추가 임금인상 없이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데 노조와 합의했다.

프랑스도 현재의 ‘주35시간 근무제’가 경제성장을 막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노동시간 연장문제가 점차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정 대타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폴더(polder) 모델’로 유명한 네덜란드도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이를 포기하고 노동시장에 미국식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노 대통령이 유럽식 경제모델에 대해 호감을 표명했다고 해서 앞으로 경제정책에서 유럽식 모델이 본격 도입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유럽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흡수하자는 것이지, 갑자기 분배 위주의 정책으로 돌아서자는 뜻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표학길(表鶴吉) 교수는 “중국,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보다 진취적이고 효율성이 높은 미국식 모델이 더욱 적합하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경제에 유럽식 모델을 본격 접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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