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동북아에서도 EU처럼 공존의 질서를"

  • 입력 2004년 12월 6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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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현지의 교민들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6일 오후에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견해는 물론 '프랑스혁명', '유럽연합(EU)과 동북아평화구상', '미국식·유럽식 경제모델', '새로운 주류론' 등 다양한 얘기를 쏟아냈다.

▽프랑스혁명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빛나는 업적=노 대통령은 교민 간담회에서 "인류가 발명한 역사 중에서 가장 훌륭했던 게 나는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이다"라며 "인간이 부닥쳐 있는 문제 중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 복종 수탈하는 관계가 가장 큰 문제인데,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고 성공했던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또 하나의 발명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질서 속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이 있고, 힘의 질서가 지배하고 아직도 곳곳에서 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만한 국제적 역량은 부족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존의 질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성공의 사례는 평화와 공존의 상징인 유럽연합(EU)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EU를 굉장히 의미있게 본다"면서 "내 생각은 이것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도 한번 실현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르본대 강연에서도 노 대통령은 같은 취지로 얘기한 뒤 "한국은 한때 식민지배를 당했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아 주변국으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아니다"며 "EU를 주도한 프랑스와 같은 역할을 동북아에서는 한국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침략전쟁을 일으킨 적이 있고, 지금까지도 주변국가의 깊은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역시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려 할 때에는 중화주의가 패권주의로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어 주변국들이 불안해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너무 미국식 이론에 영향 받아 걱정=교민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우리 한국의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데 대해 약간은 걱정하고 있는 쪽"이라고 말해 경쟁 위주의 미국식 경제모델에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경제문제에 있어 유럽에서도 이제 미국식의 경쟁우위 정책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유럽식과 미국식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어떤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유럽의 좋은 제도나 사고도 좀 많이 받아들여서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는 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어느 경우에도 경쟁에서 낙오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며 "아직 미흡하지만 점차 사회보장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낙오하는 사람은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져 나가는 정책을 더욱 확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주류의 등장=노 대통령은 교민간담회에서 "흔히들 한국에서 주류(主流)라고 하면 옛날에는 언제나 위에 있고, 중심에 있고, 힘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지금은 실력으로 경쟁하는 많은 새로운 세대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나이가 몇 살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려고 하느냐 여부가 새로운 시대 성공의 관건"이라며 "설사 어떤 집권세력이 그것을 거역하려고 해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리=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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