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김동성]‘주도적 역할’ 한계 직시해야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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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처럼 심각한 현안을 앞에 놓고 편히 잠을 이룰 국가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특히 ‘모험’과 ‘결단’의 인생역정을 밟고 대통령 직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이기에 북핵 문제도 해결하고 국내정국을 일거에 반전시킬 만한 ‘모험적’ 계기를 찾으려는 충동을 갖고 있다면 이는 극히 인간적인 면모일 수는 있다.

그러나 13일의 북핵 관련 로스앤젤레스 발언은 우리의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공식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하에 행한 것이고,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식 구상’이 관철되었다고 자신한다면 이는 미국 외교의 외유내강을 잘못 읽은 것일 수 있다.

▼‘북핵구상’ 성과없을 땐 암담▼

정부가 말하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란 ‘6자회담’에서의 발언권 강화가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을 바꾸게 하거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량살상무기 테러 위협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대북 외교자세를 바꾸도록 하여 서로 협상토록 함을 뜻했을 수 있다. 한미공조의 틀 속에서 뜻하는 대로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민족공조’와 ‘한미공조’를 결합한 주도적 역할이 무위로 끝날 경우, 김정일의 전략에 이용만 당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오해든 실제든 양자 어느 쪽에 배신감을 갖게 할 경우 우리의 미래는 너무도 암담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한미 정상이 6자회담 틀 속에서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한계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외교학 강의의 ABC는 모든 나라의 외교적 성패는 ‘적극적 외교 역량’과 ‘소극적 외교 역량’에 달려 있다는 상식에서 출발한다. 적극적 역량이란 자국의 정책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남에게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말하며, 소극적 역량이란 타국의 압력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외환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외교적 힘은 극히 제한적인 만큼 북핵문제로 인한 재앙에 대비한 우리 나름의 소극적 역량이라도 극대화하는 게 현재 우리의 실정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미국의 강성협상전략(봉쇄와 군사적 압력) 가능성에 대한 반대에 집착하여 오해를 사왔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온건정책 추진’이란 원칙적 천명을 외교적 성과라고 하고 있다.

과연 한미동맹체제가 굳건한데도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이 가능한 것인가. 그 답은 원래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주한미군의 대북군사행동은 반드시 한미 양국의 국가원수간 합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하는 법적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미국 단독의 군사행동은 한미동맹 자체를 일방적으로 파기함을 뜻한다. 이것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 결정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어떠한 이유로든 불신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유혹)성은 증대되게 된다. 그래서 ‘북핵’이 우리 민족의 미래에 유해하다는 원론적인 이유 말고도 현실적으로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미국의 극단적 행동가능성을 자제케 하는 정도(正道)라고 할 수 있다.

▼한미공조 틀속에서 해결필요▼

노 대통령은 미국에 의한 대북 봉쇄조치 가능성에 극도의 불안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어떠한 봉쇄조치도 단계적 절차와 준비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유엔의 결의’ 이후에 취하게 되는 압력수단으로서 협상 방법론의 하나이다. 미국의 대북 강압은 김정일을 자극해 한반도에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는 김정일이 충분한 보상을 받으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합리적 인간’ 모델 주장에 의해 스스로 해결될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앞에 나서겠다면 국민은 성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내의 단합된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확고한 안보 태세와 국가의식이 전제돼야만 한다.

김동성 중앙대 정경대학장·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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