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교수협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토론회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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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래 가장 두드러진 사회적 변화가 반(反)엘리트주의와 반지성주의의 표출이라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성적 대화의 장(場)이 없다는 점이다.”

이인호(李仁浩·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29일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장호완·張浩完)가 주최한 대토론회에서 ‘지성의 위기와 그 역사적 배경’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의 연례행사인 이날 토론회는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교내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 처방, 대학의 역할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최근의 ‘반지성적’ 분위기의 원인과 문제점, 현 상황에서의 지식인의 역할 등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 명예교수는 “향후 한국의 지식인들은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된 여러 얼굴의 폭력 앞에서 지적, 도덕적 중심을 잃지 않고 사회가 이성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준(安秉俊·전 연세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변화하는 국제사회와 한국의 진로’라는 주제발표에서 “세계 각국은 미국 중심의 군사적 단극화 체제 및 경제적 세계화 하에서 자국 안보 및 경쟁력 확보, 국가정체성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한국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은 ‘한국사회의 미래와 대학의 과제’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장차 우리 사회에 닥쳐올 예측불허의 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훌륭한 인적 자원을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총장은 이와 함께 “한국 대학은 ‘모방을 통한 양적 팽창’에서 ‘(지식) 창조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교육투자, 기초학문 지원,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긴밀한 연계, 대학 자율성 확보 등을 위한 정부와 사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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