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에서 죽는 기업’부터 살려야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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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베트남에서 “기업은 불리한 곳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죽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는 게 낫다”면서 기업의 해외 이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격려와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본말(本末)이 뒤바뀌어선 안 된다. 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막고 국내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다. 경제와 민생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부터 역전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기업하기 불리한 곳’이 됐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재정경제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형 공장 한 개를 새로 지으려면 용지매입비와 공장건축비 외에도 인허가를 받기 위한 행정비용만 평균 1억50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인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기간도 6개월이나 된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국감에서는 1조6000억원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부족 등으로 공중에 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것은 행정규제뿐만이 아니다. 생산성 향상을 웃도는 임금인상,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일부 노조세력,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반(反)기업 정서도 한국을 기업하기 불리한 땅으로 만들고 있다. 집권세력의 좌(左) 편향 기류와 정책 불확실성도 기업하기 어렵게 한다.

이런 걸림돌만 없으면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충분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까지 무더기로 빠져나가고 있다. 노 대통령과 정부는 해외진출 기업을 걱정하기에 앞서 멀쩡한 기업이 ‘나라 안에서 죽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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