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수헌 외무부상 “核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 무기화”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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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수헌(崔守憲) 외무성 부상이 27일(현지시간)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해 무기화했다고 주장해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최 부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정책 때문에 핵 억지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언급은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핵 억지력’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해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6자회담은 계속 해나갈 것이지만 이달 중에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29일 “폐연료봉 추출 재처리 완료를 선언한 지난해 10월의 입장에 비해 위협의 수위를 한 단계 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원칙적인 입장 표명”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의 핵물질 실험 공개 파장을 6자회담의 걸림돌로 제시하면서부터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한국 정부가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압박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상원의 북한인권법안 통과 등 북한과의 회담 재개에 ‘걸림돌’로 작용할 요인들이 많아진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

문제는 9월 중 개최를 목표로 했던 4차 6자회담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시점에 나온 최 부상의 발언으로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구도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11월 2일 치러질 미국 대선 직전에 6자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미 정부 내 강경파들은 북핵 문제를 6자회담장 바깥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도 간간이 나타내고 있다.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은 최 부상 발언 직후인 28일 “북한이 요지부동이면 논리적으로 다음 단계는 유엔 안보리”라고 말했다.

다만 최 부상의 언급이 북핵문제나 6자회담의 파국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최 부상도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핵 동결과 보상의 동시행동’을 거듭 제안하면서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 위협 중단을 포함해 적대적인 정책을 중단한다면 그에 따라 우리(북)도 핵 억지력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며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편 미 AP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 일부 언론들은 최 부상이 “8000개 폐연료봉으로부터 얻은 농축우라늄을 무기화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북한이 그동안 우라늄 농축 사실을 부인해 왔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최 부상의 언급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흑연감속로인 북한 영변 5MW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만들 수 있는 것은 농축우라늄이 아닌 플루토늄이기 때문이다. 최 부상의 실제 언급도 “핵 억지력을 갖췄다”는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내용과 같은 것이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한의 핵 관련 언급
일시발언자주요 발언 내용발언이 나온 맥락
2004년9월 27일최수헌 외무성 부상8000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무기화했다6자회담 지연되는 가운데 유엔총회 연설 후 기자들에게
2003년10월 18일외무성대변인(담화)우리의 핵 억지력 강화는 때가 되면 실물로 증명하게 될 것미국의 다자회담과 북한의 안전보장 요구가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2003년10월 2일외무성대변인(담화)8000개 폐연료봉 재처리를 성과적으로 끝냈다. 여기서 얻은 플루토늄을 핵억지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용도를 변경시켰다1차 6자회담(2003년 8월) 이후 2차회담 일정을 확정 못한 가운데
2003년4월 30일외무성대변인(담화)미국이 끝내 핵문제를 유엔에 끌고가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다면 우리는 부득불 비상시에 취할 행동조치를 예단하지 않으면 안될 것3자회담 끝난 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유엔에서 해결할 의사를 내비치자
2003년4월 18일외무성대변인(중앙통신 기자회견)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북-미-중 3자회담(4월23∼25일)을 앞두고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발언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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