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리비아 경제제재 해제…北 핵포기와 연계는 무리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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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대(對)리비아 제재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리비아가 지난해 12월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을 한 이후 꾸준히 약속을 지켜온 데 대한 ‘최종 대가’인 셈이다. 1985년 제재조치를 취한 이후 20년 만이다.

이로써 리비아에 대한 항공기 운항 금지와 13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내 리비아 정부 재산에 대한 동결 조치도 해제됐다. 부시 행정부는 전 세계적 WMD 제거 노력의 성과를 과시하는 한편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일종의 ‘시위성 선전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리비아식 핵 포기 모델을 받아들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일축했고, 이란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번 조치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무엇이 해제됐나=부시 대통령의 이날 행정명령 서명으로 리비아에 대한 통상 금지, 직항 금지, 석유 금수, 자산 동결의 4대 경제 제재 조치가 해제됐다.

해제 내용의 핵심은 미국 내 리비아 관련 자산 동결. 13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는 미국 내 리비아 자산 동결 해제는 리비아의 1988년 팬암기 폭파 사건 희생자 유족에 대한 보상금 지급 문제와 직결돼 있다. 리비아는 가구당 1000만달러의 보상금 가운데 지금까지 400만달러를 지급했고,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면 나머지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한 핵 포기 전망 희박=그러나 이번 조치가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과 같은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리비아는 핵 개발의 한계를 절감하고 포기 선언을 했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을 한 직후 “우리 입장에 (리비아처럼)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마른하늘에서 소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극도의 반감을 표시한 바 있다.

또한 리비아는 그동안 미국을 대신한 영국과 오랜 ‘직접 비밀 협상’을 한 끝에 지난해 12월 핵무기 개발 계획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다자협상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동결 대 보상’의 동시 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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