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연설 ‘한국누락’은 실수?…美 “예민하게 반응 말라”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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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화 했는지 안다. 나도 유감이다.”

이달 2일 밤(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직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에 동참한 동맹국 이름을 거론하면서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배경이 궁금해 전화를 걸자 워싱턴의 미 행정부 관계자는 기자가 묻기도 전에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그도 이미 연설의 파장에 대해 우려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락 연설 다음날인 3일.

아침부터 워싱턴의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내 한반도정책 담당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한국이 ‘누락’된 배경을 알아보려는 움직임이었다. 부처간 전화와 메모 등이 오갔고 백악관측에는 즉각 담당 부처의 ‘항의성 메모’가 보내졌다.

이라크 파병 규모가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인 한국을 동맹국 호명 리스트에서 뺀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는 게 메모의 요지였다.

미 행정부의 한반도 담당자들은 이런 사정을 설명하면서도 한국 정부나 언론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일 일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 선거법상 현직 대통령의 전당대회 수락 연설문 작성에는 행정부 인사들이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행정부가 아닌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부주의 또는 무관심’ 때문에 빚어진 일일 뿐이라는 얘기다.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설문이 언론이나 민주당측에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다 보니 행정부 밖에 있는 소수의 보좌진만이 초안 검토 작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백악관의 마이클 그린 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이나 처크 존스 보좌관, 국무부와 국방부의 한반도 실무진도 연설문 초안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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