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자발급 지연’]‘외교적 압박카드’로 툭하면 꺼내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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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현장 조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려던 여야 의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서 불거졌던 한중간의 외교 파문은 6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비자를 전격 발급함에 따라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마찰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한국에 ‘외교적 무례’를 범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기 때문이다.

2002년 1월 재외동포법 개정 준비를 위해 중국의 동북3성 지역 등을 방문하려던 당시 민주당 최용규(崔龍圭),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 이주영(李柱榮) 서상섭(徐相燮) 의원 등 4명의 비자가 끝내 발급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 당시 한국의 여야 정치권은 “의원들의 활동이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과 배치된다 해도 정책의견 차이로 의원 입국을 거부한 예는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쑨위시(孫玉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달 17일 브리핑에서 “조선족은 다민족 국가인 중화민족 대가정의 일원이자 중국 국민이라는 중국의 입장은 명확한 만큼 한국이 이 문제를 정확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까지 했다.

이들 의원 4명은 같은 해 3월 재차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끝내 중국행이 좌절됐다. 그러나 당시 한국 정부는 비자 발급 문제는 당사국의 주권에 해당되는 문제라는 이유로 이렇다 할 외교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비자 문제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종종 활용하는 것도 이런 우리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월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의 여야 의원과 당 지도부에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취임식에 불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외교적 무례’를 범할 때 내세운 논리 역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의 외교 행태를 비판하는 한국 내 여론에 대해 “한국 정치인이 다시는 중국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즉 그런 비판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에 대한 ‘외교적 교육적 효과’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였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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