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이전]美 "이전 요구한 한국서 비용부담" 고수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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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불공정 합의서’로 꼽히던 1990년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는 공식 폐기될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은 그 대신 기지이전의 비용항목과 부담주체를 명시한 포괄합의서(UA)와 구체적인 기지이전 절차 및 건설기준 등을 담은 이행합의서(IA)를 만들었다. 90년 한미양국의 이전원칙 합의 이후 논란이 돼왔던 대부분의 쟁점들이 해소됐다. 그러나 일부 독소조항과 미결 과제가 남아있어 국회 비준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비용부담 주체=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한국의 기지이전비용 부담’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못 했다. 이전 비용은 3조6000억∼6조원(30억∼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기지이전을 먼저 요구한 측에서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은 독일 일본에서도 동일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더욱이 미국은 용산기지뿐 아니라 전방 미 2사단의 기지이전에 있어서도 미국이 이전을 원한 기지는 미국이, 한국이 원한 기지는 한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개별 항목의 비용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대체부지 규모 감축, 전술지휘통제(C4I)체제 장비개선 축소, 일부 미군 간부숙소의 임대방식 제공은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용산기지 이전이 주한미군을 신속대응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청구권과 영업손실 보상=90년 양해각서에선 기지이전 과정에서 손해를 본 사람들이 미군을 대상으로 각종 청구권을 제기할 경우 이를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는 항목이 들어있었다.

이번 UA에선 이 조항이 없어졌다. 대신 문제가 발생하면 미군과 손해당사자, 또는 한국 정부가 소송절차를 밟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미국측 규정에는 ‘청구권 관련사항은 미국 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돼 있다. 미국 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외 미군기지에 대한 청구권은 책임지지 않는다. 따라서 청구권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한미 양국 중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이사비용 및 건축기준=주한미군 가족과 군무원 등의 이사비용은 종전처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90년 합의서에는 이사비용의 액수산정 기준이 없어 미군측이 일방적으로 높은 비용을 요구해도 한국이 거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 정부가 직접 이사용역업체를 선정해 이사업무를 대행토록 규정했다.

90년 ‘미국 표준’으로 정했던 건축기준의 경우 고급자재 사용을 줄이도록 ‘미 국방부 기준’으로 변경했다. 일부에선 9·11테러 이후 미 국방부 기준이 강화돼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타비용=감리·감독비용, 행정처리비용,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 비용항목들은 원칙적으로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새 UA에서는 한국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이들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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