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브리핑' 공격·자극적 표현 논란

  • 입력 2004년 7월 13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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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선동에 버금가는 논평',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터무니없는 중상음해'…….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를 통해 인터넷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일 발간되는 '청와대 브리핑'에 등장한 대(對) 언론 비판의 표현들이다.

정치권의 여야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때나 들을 수 있는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의 소식지에 버젓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대한 청와대 브리핑의 대응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어서 해명과 반론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9일자에서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제목의 글을 실으면서 1977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 구상에 대한 본보 보도와 관련해 사실을 왜곡한 데 이어, 12일자에서는 "일부 언론이 사실을 비트는 왜곡 등으로 정략에 따라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자에서는 "일부 언론이 정략적 접근에 기울어 2002년 대선 당시의 정략적 보도가 재연되고 있다"고, 같은달 18일자에서는 "정치적 의도의 냄새가 짙게 느껴진다"는 등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한미관계가 나빠지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요지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7일자에 게재한 것을 비판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대해서는 "대화와 토론을 거부한 엇나간 사고"라고 매도했다.

지난달 30일자에서는 조선일보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보도에 대한 글에서 "이번 보도는 NSC 폐지를 지속적으로 쟁점화해 관철하려는 한다는 풍문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항간의 '풍문'을 근거로 해 언론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청와대 브리핑은 지난해에 비해 올들어서는 비교적 정책홍보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외국의 주요 기관들도 번역해 참고할 정도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창(窓)' 역할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거친 표현이 횡행하는 데에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는 현 정부가 천명한 '언론과의 긴장관계' 정책이 대 언론 공격 일변도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에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가 제기한 언론중재 신청 건수는 2002년의 65건에서 224건으로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의 언론 피해 구제수단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정부의 언론에 대한 '전략적 봉쇄'의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올들어서는 5월까지 98건이 제기돼 전체 신청건수의 35.8%를 차지했는데, 이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을 보도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과 비판을 대상으로 한 것도 적지 않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지난달에 무려 15건의 언론중재신청을 냈는데, 여기에는 경제위기를 지적하거나 경제정책을 비판한 칼럼과 사설까지 정정 또는 반론보도의 대상이 됐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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