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P 비디오 의혹, 진상 밝혀야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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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의 비디오를 입수한 AP통신이 외교통상부에 김씨 피랍 여부를 확인했다는 보도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의 피랍과 살해 진상이 밝혀진다 해서 그가 살아 돌아올 수는 없지만 뒤늦게라도 재외국민 보호망을 정비해 제2, 제3의 비극을 막으려면 의혹을 규명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려야 한다.

정부가 피랍 사실을 3주일간 파악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AP통신 비디오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AP는 외교부에 김씨 피랍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납치된 한국인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비디오에서 인적사항을 밝히고 이라크에 머문 지 6개월이 됐다는 말까지 해 정부가 확인작업에 나섰다면 납치사실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디오 파문이 외교부와 AP통신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AP본사가 어제 “3일 한국 외교부에 문의했다”고 확인한 만큼 외교부 스스로 어느 부서의 누가 전화를 받아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밝히는 게 순서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 때문에 한미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긴 것도 문제다. 김씨 피랍 사실은 소속 회사인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이 숨겨 늦게 알게 됐다고 치자. “미군으로부터 김씨 피랍 소식을 들었다”는 김 사장의 거짓말이 왜 ‘미국이 한국군 파병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김씨 피랍 사실을 숨겼다’는 오해로 확산되고 있는가. 정부가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해 생긴 불필요한 의혹이 한미 관계를 해치고 있다.

외교부는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소재를 규명해야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다. 외교부는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허술한 재외국민 대책을 질타하는 국민의 분노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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