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시민들 “어떻게 이런일이…” 비탄의 새벽

  • 입력 2004년 6월 23일 03시 36분


코멘트
이라크에서 납치된 김선일씨가 23일 오전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긴급히 전해지자 새벽녘 전 국민이 충격과 비탄에 휩싸였다.

특히 전날 오후 세계종교평화회의(WCRP) 소속의 이라크 종교계 인사들과 국내 경호업체인 NKTS가 현지에서 김씨의 생존을 확인했다는 속보가 나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이 빚어져 충격은 더욱 컸다.

서울에 사는 김영준씨(32·회사원)는 “새벽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 김씨 살해 소식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부 박경자씨(56·경기 수원시 인계동)는 “우리 아들이 김씨와 같은 나이”라며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돼 정말 가슴 아프다”고 울먹였다.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에는 분노에 찬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드높게 이어졌다.

이들은 ‘이라크인들에게 복수하자’(midang78) ‘어서 빨리 이라크에 파병, 싸우자’(lunars)며 극도의 적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김씨의 사망 소식에 시민단체 및 관계자들도 한목소리로 “너무나 애통한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365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파병으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예측됐던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파병을 철회해야만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이태호 정책실장은 “이런 힘든 상황일수록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무엇이 문제점인지를 되짚어보고 ‘피의 보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이를 문제 삼아 한국 내의 중동인을 괴롭힌다든가 하는 일은 벌어져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4월 5일 이라크 남부지방 나시리야에서 억류됐던 ‘지구촌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32)은 “이라크 현지에 남아 있는 한국인은 최대한 빨리 안전지대로 옮겨야 한다”면서 “한국군이 파병될 경우에도 상당한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또 “본질적으로 정부 및 국민 모두가 파병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라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대의 자체는 바뀌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역시 4월경 팔루자 인근 지역에서 억류된 경험이 있는 신성교회의 허민영 목사(55)도 “슬픈 일이지만 이라크인들에 대한 막연한 분노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들과 타협이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