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학술회의서 ‘이념논쟁 배제 日우경화 집중토론’

  • 입력 2004년 6월 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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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남한에서 최초로 개최된 남북공동학술회의가 4일 경기 성남시 운중동 정신문화연구원(정문연) 대강당에서 열렸다.

‘근현대사 항일민족운동의 역사적 경험과 일본의 우경화’를 주제로 한 이번 대회에는 최상순 조선사회과학자협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북한의 대표적 학술기관인 사회과학원의 역사학자와 김일성종합대 교수 등 9명의 북한 학자가 참석했다. 엔지니어나 관료가 아닌 학자들이 남한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북한측 최 부위원장은 개회식에서 “공동의 민족사 연구를 통해 역사 인식의 차이를 줄이고 민족 이질화를 극복하는 데 우리 역사학자들이 앞장서자”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남북간 합의하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학술논문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체제 선전적 내용이 불필요한 이념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 같은 이유로 북측은 당초 준비해 온 7편의 논문 중 ‘북한의 항일빨치산 투쟁사’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빼고 일제강점기의 잔혹성과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논문 2편만 발표했다. 남측도 이에 상응해 준비한 13편의 논문 중 8편만 발표했으며 나머지는 자유발언으로 대체됐다.

한편 북한 학자들은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정문연의 이서행(李瑞行) 교수는 “북한학자들이 3일 밤 회의를 통해 기자회견을 안 하는 것이 이번 학술회의의 연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정문연과 북한 조선사회과학자협회, 중국 옌볜(延邊)대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네 번째 학술회의다. 이전 세 차례의 회의는 중국과 북한에서 열렸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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