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개념 모호… 실체는 뭔가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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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방침에 따라 참여정부가 표방해 온 ‘자주 국방’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자주 국방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이를 둘러싼 혼선이 일고 있다.

안보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주국방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 군사동맹의 21세기형 재조정과 자주국방을 위한 장기적 예산책정 등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자주국방 공개 어렵다”=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사석에서 “자주국방을 위한 구상은 갖고 있지만 현재로선 공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여서 이를 공개할 경우 갑론을박식 논쟁과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공격능력보다는 대북억지력에 초점을 맞춘 방어적 전략을 구상 중이며 한반도 내 대북억지력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떠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주국방을 구호로서만 강조할 뿐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성균관대 김일영(金一榮) 교수는 “정부는 ‘자주국방이란 이런 상태’라는 설명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주국방이란”=안보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공격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는 것을 자주국방으로 보고 있다. 즉, 북한이 무력도발에 대한 한국의 대응능력을 두려워하게끔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金泰宇)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쓰지 않고 한국만의 힘으로 북한의 공격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자주국방은 한미동맹을 떠나선 생각할 수 없다”며 “정부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논의하는 양국간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고 자주국방에 필요한 조치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국대 이철기(李鐵基) 교수는 “한국군은 주한미군의 도움이 없어도 대북억지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미 자주국방은 달성돼 있다”면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이 없다면 북한도 한국을 공격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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