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北 경제개혁 예상보다 빨라”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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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경제개혁이 서방의 예상보다 빠르고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 최근 북한을 방문한 서방 외교관, 기업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경제개혁과 더불어 자본주의 문화가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는 등 경제체제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한 만큼 받는다=신문은 개성공단 건설현장에서 목격한 변화에 주목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노동자 고용 및 근무체계. 1000여명의 노동자들은 달러로 임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실적에 따라 승진하거나 해고된다.

현대아산 장환빈 상무는 “개성공단의 시장체제는 북한의 어느 곳보다도 유연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국영기업을 이윤 추구 기업으로 바꾸고 식량 배급제도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등 시장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힘입어 북한의 대중국 교역은 지난해 38% 증가해 10억달러가 됐다.

▽자본주의 문화 확산=평양을 방문한 사람들은 “자본주의식 소비문화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산 오렌지, 중국산 전자제품 등을 시장가격으로 파는 시장이 늘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거래는 달러나 유로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2002년 7월 가격 규제를 철폐했다.

평양의 휴대전화가 2002년 3000대에서 현재 2만대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인터넷에는 ‘북한산’ 제품을 광고하는 웹사이트도 생겨났다.

▽변화가 만든 그늘=북한 방문자들은 최근 도시 주변에 새로운 빈민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시장 체제의 도입이 새로운 빈민층을 낳고 있다는 것.

실제 식량배급제가 사라지고 노동자의 임금이 6배 오르긴 했지만 식량 가격은 9배 이상 올랐다. 토니 밴버리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 담당관은 “북한 주민 2200만명 가운데 650만명이 올해 식량난을 겪고 있다”면서 “시장개혁으로 생겨난 새로운 하층민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사회에서든 경제 개혁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새로운 낙오층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돈을 낳는’ 자본주의식 자본 흐름이 북한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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