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북자 가족의 분노에 귀 기울여야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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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5명의 피랍자 가족을 귀국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본보다 심각한 납북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고이즈미의 ‘평양 담판’은 남의 집 일이 아니다. 당장 납북자 가족들이 “일본은 총리가 나서 납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납북자 가족의 질타가 아니더라도 정부는 일본식 해법을 보고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일본은 끈질긴 협상 끝에 북한의 납치 시인과 사죄를 이끌어냈고 피랍자와 가족의 귀국까지 성사시켰다. 난제를 풀기 위해 총리가 몸을 굽히기도 했고 쌀 지원 등 ‘당근’도 적절히 활용했다. 생사를 모른 채 수십 년간 이산가족으로 지내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의지가 있는 정부라면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권의식에 수준차가 있다고 한다면 불쾌하게 생각할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 국민에 대한 태도를 보면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는 분명한 격차가 있다. 눈물을 흘리며 정부를 성토하는 납북자 가족의 심경을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정부는 국민의 분노에 답해야 한다. 정부 통계로도 납북자가 486명이나 된다. 여기에 500여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는가. 납북자 가족들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측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언급해 달라”고 부탁하는 현실이 부끄럽지 않은가.

일본은 정면 돌파가 인권문제의 해법임을 보여줬다. 반면 남북회담에서는 납북문제를 거론하는 ‘시늉’만 하고, 국제무대에서는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을 외면하는 정부의 대응방식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이야말로 발상의 전환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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