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운동권 출신 의원당선자가 보는 親反美論

  • 입력 2004년 5월 24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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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화 "자주와 동맹은 배치되지 않아"

조승수 "미국은 철저히 자국 이익에 충실"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 사이에도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용미론(用美論)에 가까운 온건론자들이나 반미론(反美論)에 가까운 강경론자들은 모두 시대와 상황이 변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변화의 내용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판이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고진화(高鎭和·서울 영등포갑) 국회의원 당선자는 24일 "미국이 동서냉전 시절 소련을 봉쇄하기 위한 파트너로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을 지원하던 때에는 미국에 반대했다"며 "그러나 한국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대상황이 변했는데도 '자주성'을 과도하게 내세워 반미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며 "자주성과 동맹은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 당선자는 1985년 성균관대 삼민투위원장으로서 미문화원점거농성사건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2년6개월간 복역했던 운동권 출신. 그는 "80년 신군부의 광주학살에 대해 군사작전권을 갖고 있던 미국이 이를 용인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반미는 타당한 문제제기였다. 하지만 민주화된 정권이 들어선 이제는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미국을 봐야 한다"며 '반미 깃발'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조승수(趙承洙·울산 북) 국회의원 당선자는 "미국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철저히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미동맹 강화론자들은 여전히 미국이 한국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냉전논리에 입각해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을 고정적 개념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달라진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한미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하는 요지다. 그는 "과거 미국은 원조경제를 통해 한국을 미국의 세계시장 영향력 아래 두려하는 전략이었다면 지금은 일정부분 한국과 경쟁관계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우리의 관점에서 이를 냉정히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당선자 역시 동국대 재학시절 군사독재 타도 시위로 제적된 뒤 노동운동 등을 하다가 구속과 수배생활을 했던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상호주의 속에서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미국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슈퍼301조 등을 앞세워 일방의 이익만 관철시켜왔다"고 주장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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