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이젠 국론통합… 신중한 국정 운영을”

  • 입력 2004년 5월 14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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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마음은…”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내린 1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헌재의 선고를 듣고 있다. 차분하지만 긴장된 표정이다. 전영한기자
“국민의 마음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내린 1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헌재의 선고를 듣고 있다. 차분하지만 긴장된 표정이다. 전영한기자
《헌법재판소가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기각 결정을 내리자 국민들은 대체로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과 시민단체는 “이제부터는 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을 접고, 경제와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

▽차분한 분위기=전국의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 설치된 TV 앞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직장에서도 중계방송이 나오는 시간대에 잠시 업무를 중단하고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역사적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봤다.

회사원 곽동원씨(29)는 “기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국회의 탄핵안 통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서울역에서 TV를 지켜보던 홍인호씨(67)는 “탄핵소추 결정부터 헌재의 선고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시민의식이 상당히 성숙해진 것 같아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주문도 쏟아졌다.

김용원씨(41·광주 동구 방림동)는 “무엇보다 국정이 정상화돼 기쁘다”며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발언과 불안정한 국정운영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만큼 신중한 국정수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호씨(42·상업·부산 해운대구)는 “하루하루 살기가 힘들어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은 제발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회생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이승희씨(39·대전 중구)도 “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탄핵사건을 계기로 진정 성숙한 자세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북대 김형기(金炯基·지방분권국민운동 대표자회의 의장) 교수는 “지난 2개월 동안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돼 ‘지방살리기’ 등 국정과제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며 “이제는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민단체·각계 반응=5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의 기각 결정은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범국민행동은 “야3당은 탄핵정국으로 인해 치러야 했던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과 여당도 국민의 뜻에 따라 민주개혁을 완수하지 않으면 탄핵반대 촛불행진이 그들을 향한 비판과 투쟁의 물결로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보수단체인 ‘바른선택 국민행동’의 신혜식 사무총장은 “헌재는 특정세력에 대한 눈치보기로 위법을 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면서도 “법절차에 의한 것인 만큼 존중하고 국민이 힘을 합쳐 혼란을 극복할 때”라고 말했다.

불교 조계종도 성명을 내고 “탄핵 기각 결정을 환영하며 더 이상 불필요한 정쟁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천주교는 논평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통합에 중요하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의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 정치 경제의 안정을 이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업무에 복귀하는 노 대통령은 국정 운영과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권 만들기와 경제 살리기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찬반 네티즌 화해=청와대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인터넷 홈페이지는 이날 한때 서버가 마비되는 등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ID가 ‘노통짱’인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 “이 기회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굳건해졌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 색깔을 띤 인터넷 게시판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 네티즌은 “헌재가 절차적 정당성과 대통령의 위법을 인정하며 기각을 결정한 만큼 야당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각각 탄핵 찬반의 입장에서 2개월 동안 논쟁을 벌여오던 ‘김석근’과 ‘마야’라는 ID의 네티즌이 헌재 결정 직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이제는 다같이 협력해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화해하기도 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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