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사장 뜻밖 인선”

  • 입력 2004년 5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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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째 공석 중이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사장에 3일 피아니스트인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50)가 임명됨으로써 예술의전당은 1986년 창립 이래 첫 ‘예술가 사장’을 맞았다.

평소 연주와 교육활동에만 전념해왔을 뿐 행정이나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는 그의 발탁을 놓고 공연예술계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계예대 박영민 교수는 “김 교수가 학과 운영에 열의를 보여 왔고 공연계 풍토 개혁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래도 뜻밖의 인선이었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임명과정에 대해 “적임자를 인선하기 위해 여러 차례 검증과정을 거쳤고, 이창동 장관이 직접 추천된 인사들을 만나 토론하는 등 적극 나서서 검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 대해 문화계 일각에서는 ‘정치권 추천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문리대 72학번 모임인 ‘마당모임’ 멤버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 이해찬 중앙위원 등과 꾸준히 교유해왔기 때문. 서울대 문리대 출신인 한 공연계 인사는 “정 의장과 김 교수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일찍부터 문화부가 50대 연주가인 김모씨를 사장으로 내정해놓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부 공연예술과 김영산 과장은 “추천 및 검증과정에서 ‘마당모임’과 관련된 인사라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당모임’ 멤버이자 음악평론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 김정환씨는 “그런 추측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보는 거시적 안목으로 볼 때 예술가 사장이 나온다면 어느 모로 보나 김 교수가 적임자”라고 평했다.

한편 문화계에서는 ‘예술가 사장’이 등장함으로써 예술의전당 운영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하고 있다. 우선 신임 사장이 부임하면 연주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사장이 직접 예술감독 역할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경영자립도 제고를 강조해온 예술의전당 경영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 사장은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무대를 많이 만들어야 하며 소수 스타위주 시스템은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신임 사장의 평소 소신으로 봐서 흥행위주의 공연은 줄어들고, 이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경영자문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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