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국회진출 한국경제에 도움”

  • 입력 2004년 4월 22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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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로운 성장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집권당도 성장 없는 분배가 얼마나 공허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을 계기로 노사문제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한국 담당자들은 22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15총선’으로 개혁성향의 거대 여당이 등장했지만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민노당의 국회 진출이 외국인의 주식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 위주 외에 다른 선택은 어렵다=하나 알리안츠의 오이겐 뢰플러 사장은 “한국 정부는 경제정책면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면을 보여 왔다”며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런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씨티글로벌 마켓증권 유동원 이사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분배 중시의 경제정책을 펴기보다는 중소기업 지원과 경기부양 등 성장 중심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문제는 어느 나라 정부나 고민하는 딜레마”라며 “그러나 한국이 처한 현실에선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기를 외국인들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신운용 가리 피터스 부사장은 “(개혁성향의 정당을 포용한) 한국 정치 풍토의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런 변화로 인해 정치 경제적인 투명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들은 “17대 국회 개원 이후 당초 기대와 다른 변화가 경제정책에 반영될 경우 외국인들은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향후 정국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노당의 등장, ‘기대 반(半) 우려 반(半)’=응답자들은 대부분 민노당의 등장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봤다.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력이 국회 안에 있어야 그들의 의견을 제도권 내에서 수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뢰플러 사장도 “민노당의 국회 진출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실리 위주의 노사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임금인상률에 대한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유 이사는 “경기가 좋지 않아 임금상승폭이 크지는 않겠지만 상승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높아질 경우 한국 기업의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주가 1,000선 넘는다=모건스탠리증권이 올해 종합주가지수 고점(高點)을 960선으로 전망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는 올해 1,000 돌파를 낙관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1,1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투신 피터스 부사장은 “종합지수가 1,200선까지 상승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한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직면한 위험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 물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승세를 가로막을 변수로는 ‘중국 경제의 과열 가능성’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대(對)중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수출산업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세계 경기회복세 지속 여부 △내수 회복 여부 △이라크전쟁 악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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