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5]여성의원 38명…여의도 '女風시대'

  • 입력 2004년 4월 16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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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들러리’ 정도로 여겨졌던 여성들이 ‘정치권의 절반’을 요구하며 당당히 나서고 있다. 17대 총선에 출마한 여성후보들은 66명으로 16대 총선 당시의 여성후보 33명의 두 배에 달한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에 여성들을 50% 이상 배치함에 따라 17대 국회에선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이 전체 국회의원 299명의 10%인 30명을 훨씬 넘어 38석을 확보했다.

16일 오전 2시반 현재 전체 56석의 비례대표후보 중 절반인 28석이 여성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한 데다 지역구에서도 10명이나 당선됐기 때문이다..

여성후보가 출마한 지역구의 개표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최연소 여성인 김희정(金姬廷·부산 연제), 이혜훈(李惠薰·서울 서초갑), 전재희(全在姬·경기 광명을), 김영선(金映宣·고양 일산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또 열린우리당에서는 조배숙(趙培淑·전북 익산을), 김희선(金希宣·서울 동대문갑), 김선미(金善美·경기 안성), 이미경(李美卿·서울 은평갑), 한명숙(韓明淑·고양 일산갑)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에서 여성이 대거 당선된 것도 선거 사상 처음.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여성은 여성을 찍지 않는다’는 속설도 옛말이 됐다. 국회의원들의 부정비리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오히려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의 여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정당관계자들은 “남성보다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로는 열린우리당에서 장향숙(張香淑) 전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김명자(金明子) 전 환경부장관, 박영선(朴映宣) 대변인, 이경숙(李景淑)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현미(金賢美) 총선기획단부단장, 김영주(金榮珠) 전 금융노련 부위원장, 유승희(兪承希) 당 총괄조직실장 등의 당선이 확정됐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애실(金愛實)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비롯해 방송인 박찬숙(朴贊淑)씨와 송영선(宋永仙)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소장, 전여옥(田麗玉) 당 대변인, 이계경(李啓卿) 전 여성신문사 사장, 나경원(羅卿瑗) 변호사, 김영숙(金英淑) 서울 서래초등학교장 등이 금배지를 달게 됐다.

민주당에서는 손봉숙(孫鳳淑)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과 이승희(李承姬) 대변인의 당선이 확정됐다. 민주노동당에서도 1번인 심상정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 이영순 전 울산 동구청장, 최순영 당 부대표, 현애자 전 제주여성농민회장이 최종 확정됐다.

한편 이에 앞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때부터 여성계는 정치세력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여성의 의정 참여는 국회의원 5.9%(16명), 기초자치단체장 0.4%(2명), 광역의회의원 9.2%(63명), 기초의회의원 2.2%(77명) 등 미미한 수준이었다. 국회의원 비율만 놓고 볼 때 세계 181개국 중 103위로 서구는커녕 아시아의 베트남(27.3%) 중국(21.8%) 싱가포르(11.8%) 몽골(10.5%) 인도네시아(8.0%) 일본(7.3%) 등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권이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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