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자원봉사자, 미안한 후보자’=서울 성북갑의 열린우리당 유재건(柳在乾) 후보측 한 관계자는 “운동원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후보 혼자 돌아다니고 우리는온라인 선거운동이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원들이 명함을 배포하거나 어깨띠를 하고 ‘△△△후보’를 연호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후보자가 몸으로 때우는 게 유일한 유권자 접촉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엄격해진 개정 선거법 때문이다.
▽경쟁후보가 아니라 선관위와 싸우는 선거=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규제만 조장하는 선거법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민주당 강남갑 선거사무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박홍석씨는 “상대 당 후보와 싸우기보다는 마치 선거관리위원회와 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창의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개발해내면 그때마다 선관위가 각종 법조문을 제시하며 불법임을 통보해 온다는 얘기다.
경기 지역 한 선거구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후보는 “자원봉사해주겠다고 몰려온 사람들은 100여명인데 정작 맡길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비좁은 사무실에 모아놓기도 뭣해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지구당 폐지 그 이후=과거엔 동책(협의회장) 통책 반책 등의 공조직을 가동했지만 지구당 폐지로 이제는 조직관리가 쉽지 않다. 서울 양천갑의 한나라당 후보측 관계자는 “과거엔 조직관리비 부담이 컸지만 이젠 순수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돈은 안 들어간다. 그러나 최소한의 조직을 단기간에 꾸려야 하는 정치신인들은 오히려 일정액 이상의 돈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옥외집회 금지의 명암(明暗)=정당연설회 합동연설회 폐지로 막대한 자금 수요가 사라졌다. 그러나 합동연설회 폐지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후보들이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갑의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측 관계자도 “동원 논란 때문에 합동연설회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합동연설회 부활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보물만 보면 다 훌륭한 사람인만큼 모든 후보가 한자리에 모여 다면평가를 할 수 있는 합동연설회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들은 “자유당 때부터 장년과 노년층은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를 듣고 인물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 있다. 연설회 폐지로 온라인과 휴대전화 사용에 익숙한 세대를 지지층으로 갖고 있는 열린우리당만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고 불평했다.
▽방송토론 기대와 실망=일부 후보들은 한때 지역 케이블 방송 주최 초청토론회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특히 탄핵 정국 이후 후보자간 인물 정책 대결이 실종되고 특정 현안에 대한 찬반식 국민투표 식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방송토론은 ‘인물’이 부각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토론의 비중 강화는 금권에 의한 동원선거에서 미디어 선거로의 이행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후보들은 지역방송의 제한된 시청자층을 확인하고 꽤나 실망하는 눈치다.
또 지역방송 토론이 주로 지역적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후보들이 적지 않다. 전국적 지명도가 높고 국가적 이슈를 주도해 온 의원들일수록 자신의 비교우위를 드러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지역공약에 맴도는 지역방송 토론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표집필=안병진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리=박성원기자>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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