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퇴진 수용]‘공천 입김’ 가능성…내분 불씨 남아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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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후 퇴진 계획을 밝힌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운데)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울부짖는 지지자들을 뒤로한 채 당사를 떠나고 있다. 최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당사에 나와 ‘누가 최병렬을 죽이려 하는가’라며 퇴진 요구 의원들을 거세게 비난했다.  -서영수기자
전당대회 후 퇴진 계획을 밝힌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운데)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울부짖는 지지자들을 뒤로한 채 당사를 떠나고 있다. 최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당사에 나와 ‘누가 최병렬을 죽이려 하는가’라며 퇴진 요구 의원들을 거세게 비난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2일 던진 ‘전당대회 후 대표직 사퇴’ 카드는 당 안팎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의 성격이 짙다.

최 대표는 우선 당내에서 거세진 퇴진 압력을 마냥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직을 내놓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기엔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표는 동시에 이번 대표직 사퇴를 총선 전 국면을 반전시킬 회심의 카드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대표직을 내놓는 승부수를 던져 위기에 몰린 기존의 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총선 전 전당대회를 통해 침체된 당 지지도를 만회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이 이날 “경남이나 수도권의 한나라당 우세지역에서 판도가 뒤집히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고 한 데서도 이 같은 고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최 대표의 회견을 겨냥해 ‘색깔론’ 공세를 편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가 전당대회 소집 방침을 밝힌 만큼 전당대회 개최의 적법성 시비는 일단 해소됐다. 당헌상 대표가 전당대회 소집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당대회 절차 등을 둘러싼 당내 여러 세력간의 갈등과 새 대표 후보군간의 과열 경쟁으로 대표 교체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앞으로 최 대표의 당내 위상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선 최 대표가 경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공천 작업은 계속 책임질 뜻을 밝힌 만큼 ‘최심(崔心·최 대표의 의중)’의 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럴 경우 새로 공천을 받는 사람들은 최 대표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고 여기에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고 당내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반면 대표직을 던지는 상황에선 최 대표가 공천 과정에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와는 별개로 최 대표가 전당대회까지 대표직 유지라는 완충장치를 둬 소장파의 즉각 퇴진 요구를 따돌린 것에도 나름의 의미는 있다. 최 대표가 ‘백의종군’으로 난국을 돌파한 뒤 총선 후 6월 정기 전당대회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 대표가 굳이 정계 은퇴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날 회견에 소장파 진영은 일단 환영했다. 그러나 이들 소장파 의원은 “당 3역 주도로 전당대회 준비에 나선다면 비대위 요구는 철회할 수 있겠지만 최 대표가 논의를 주도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최 대표의 막후 영향력 행사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 내분은 봉합 국면으로 들어섰지만 내분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셈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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