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전문관료그룹’ 세력 교체?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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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참모그룹의 퇴조, 경륜 있는 관료 출신 발탁.’

지난해 12월 소폭 개각에 이어 10일 단행된 부분 개각은 집권 2년차에 들어서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내부 세력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무엇보다 두 차례의 개각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에는 전문 테크노크라트들이 밀물처럼 진입했다.

▽테크노크라트의 대거 진입과 386그룹의 퇴조=부총리 승격이 예고돼 있는 오명(吳明) 과학기술부 장관이나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의 기용은 그 대표적인 사례. 오랜 직업외교관 출신이자 미국통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 교통분야 전문관료 출신인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 통상분야 전문관료인 한덕수(韓悳洙) 국무조정실장의 기용 역시 같은 흐름이다.

이에 대해 정부 출범 초기에 정권의 도덕성과 개혁코드를 내세웠던 노 대통령이 지난 1년간의 실험 끝에 결국 경륜을 갖춘 엘리트 관료들에게 국정운영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반면 386그룹과 맥을 같이하는 소장학자로서 자문그룹의 일원이었던 서동만(徐東晩)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30년 ‘국정원 맨’인 김만복(金萬福) 신임 실장으로 전격 교체된 것은 이런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인 대목이다.

또 노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 사건으로 2선에 후퇴했고, 안희정(安熙正) 전 후보 정무팀장 역시 불법 대선자금 모금의 덫에 걸려 구속된 상태다. 서갑원(徐甲源) 전 대통령정무1비서관, 김만수(金晩洙) 전 보도지원비서관은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이제 청와대에 남은 386 참모는 윤태영(尹太瀛) 대변인과 천호선(千皓宣) 의전비서관 내정자 정도에 불과하다.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기용됐던 386 참모들도 두 차례의 개각을 통해 장관들이 바뀌면서 대부분 동반퇴진한 상태다.

▽개혁코드의 퇴조인가=이 같은 흐름이 꼭 개혁코드의 퇴조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최근 정부에 진입한 전문 테크노크라트들은 지난해 2월 정부 출범 당시 386 참모그룹의 핵심인 이 전 실장이 적극 천거했던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른바 ‘이광재 인물 파일’은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실장은 지난해 1월 고건(高建) 국무총리 내정 발표를 앞두고 노 대통령에게 새 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콘셉트에 맞추려면 오 장관을 국무총리에 기용해야 한다고 적극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총리 역시 조각(組閣) 당시 이 전 실장이 천거했던 각료 후보 파일의 앞 순위로 올라 있었다고 한다.

차기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내정돼 있는 김우식(金雨植) 연세대 총장 역시 이 전 실장이 노 대통령과의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다 아직도 실무선으로 청와대와 정부 곳곳에 포진한 386 인맥의 횡적 네트워크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작동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별개로 최근 대통령비서실의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에 따라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의 입지가 더 강화된 것도 개혁코드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집권 2기의 성패 여부는 개혁코드와 엘리트 관료집단의 접목이라는 ‘제2의 인사실험’이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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